신용융자 18조원 수준…개인 순매수 급등 속 연체금액도 덩달아 증가미 증시 하락에 코스피·코스닥도 약세…"호재 없는 조정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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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투자자들의 사상 최대 '빚투(빚내서 투자)'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잇따라 신용융자를 중단하며 경계태세를 보이고 있다. 빚투로 인한 우려 속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신용융자 17조8191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2조원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2018년 평균치인 11조1205억원보다도 7조원 가까이 많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개인 순매수세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은 국내 주식 56조원, 해외 주식 16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잇따라 대어가 등판하며 공모주에도 개인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공모주 청약에 쏠린 돈만 151조원에 육박한다.

    신용거래 연체금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연체금액은 올해 상반기 42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440억원) 수준과 맞먹었다.

    열풍 수준의 개인 투자 열기 속에 빚투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신용공여 한도가 거의 소진된 데다 증권사에서도 최근 신용융자 증가세의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를 중단했고, 신한금융투자과 KB증권도 예탁증권 담보 대출을 멈췄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최근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 소진으로 신용융자 신규 매수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증가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며 '핀셋' 규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최근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쉼 없이 질주하던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다우지수는 4.5%, S&P500 지수는 6% 넘게 급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8.5% 폭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더불어 미국 부양책 합의가 지연되면서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증시의 조정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도 이틀째 하락세다. 지난 21일 0.95% 하락했던 코스피는 22일 오후 1시30분 현재 1.97%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2.46% 급락했던 코스닥도 이날 2.27%대 하락하고 있다.

    흥행에 성공했던 IPO 대어들은 상장 직후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점에서 물린 개인 투자자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 상장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21일 종가 기준 5만9500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는 27% 가까이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이유는 미준이 금융시장에 계속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점,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 재정지출을 계속할 것이고 경제지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좋다는 점이었다"면서 "최근 이 3가지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흔글리면서 주식시장이 상승 탄력을 잃고 조정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 실물경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