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5주 1.5달러… 3월2주 이후 29주 만에 1달러대3분기 유가 상승 불구 석유수요 감소에 개선세 '제자리'정유4사, 3분기 흑자전환 전망… 상반기 적자 만회는 '요원'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3분기에는 코로나19 초기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어 전분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사상 최악의 성적에서 턴어라운드했다는 의미 정도만 두고 있습니다. '하반기만 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기대만큼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정유사 관계자)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약 7개월 만에 1달러대로 진입하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29주간 마이너스(-) 또는 배럴당 0.1~0.5달러 수준에 그쳤던 정제마진이 최근 휘발유 마진 개선 등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기의 대규모 적자를 만회할 것으로 기대했던 3분기에도 대부분 정유사가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 없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9월5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월5주 1.6달러 이후 9주 만에 1달러대 진입이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여파로 3월3주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왔다. 그동안 가끔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배럴당 0.1~0.5달러 사이를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얻는 이익으로,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다. 통상적으로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만큼 지금은 정유사가 손해를 보고 제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9월 말에는 한 주 사이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서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B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9월 마지막 주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좋아 보이는 효과를 냈다"며 "수급 개선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이 아닌 만큼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는 올랐는데, 석유제품은 그만큼 올려 받지 못하면서 '래깅효과'도 없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만 따지면 2분기보다 3분기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가는 2분기보다 상승했는데, 코로나19 등 소비 침체로 석유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해 마진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3분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탓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유와 선박 연료 등으로 쓰이는 벙커C유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수요도 올 여름 최장의 장마와 코로나19 등으로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특수까지 실종되면서 석유제품 판매가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어서다.

    석유정보 서비스 페트로넷 집계를 보면 7~8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모두 1억4530만배럴로, 전년대비 10%가량 줄어들었다. 9월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석유제품 소비량은 더욱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정유4사도 3분기 일부 흑자전환할 가능성은 있지만, 기대할만한 수준으로 이익이 개선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495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상반기 2조2000억원이 넘는 적자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난해 3분기 3301억원에 비해서는 14.9%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12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2307억원에 비해 45.2% 줄어든 규모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상반기 적자(-1171억원)에서 벗어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분기 정유4사 중 유일하게 132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나 항공유 판매 비중이 높은 GS칼텍스도 3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4사의 실적 전망치는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과는 큰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3분기가 기대 이하로 부진했고, 코로나19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반기에도 적자폭을 줄이기 쉽지 않다"며 "또 다시 저유가 기조가 길어질 경우 상반기 기록한 5조원대 적자를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재고평가손실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도 전반적인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작 가격을 연동해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마진이 더욱 악화됐다"며 "정제마진이 4분기 들어서도 안정적인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업계 불황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