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2016년 이후 최악… 정유4사 중 최하위업황 부진 지속 전망 속 연간 영업손실 1조 넘을 듯7조 규모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추진 일정 차질 가능성도
  • ▲ 에쓰오일. ⓒ연합뉴스
    ▲ 에쓰오일. ⓒ연합뉴스
    에쓰오일이 2016년 이후 최악의 재무성적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90%에 육박했으며 유동비율은 100%에도 못 미쳤다. 정유4사 중에서도 가장 열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마진 부진과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저하된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조원 규모의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착수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3분기 말 기준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은 189%로, 2015년 3분기 94.5% 이후 지속 악화됐다. 지난해 162%에 비해서는 27.2% 높아졌다. 경쟁사 가운데서도 최고치다. 3분기 기준 정유4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189%이며 평균 31.5% 높아졌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정유4사 중 가장 높다. 에쓰오일의 차입금의존도는 112%로, 지난해 108%에 이어 2년 연속 100%를 넘어섰다. 차입금 내역이 공개된 2015년 61.2% 이후 꾸준히 높아졌다. 정유4사의 평균 의존도는 56.8%이며 20.6%p 악화됐다.

    뿐만 아니라 재무안정성도 경쟁사 가운데 가장 열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82.8%로, 2016년 3분기 말 173%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102%에 비해서는 19.2%p 낮아졌다. 정유4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정유4사 평균 유동비율은 117%이며 전년대비 0.39%p 증가했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단기차입금 비중도 4개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에쓰오일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38.7%로, 평균 19.7%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차입금 규모가 13조원으로 4개사 중 가장 큰 SK이노베이션보다 단기차입금 규모(2조1019억원)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의 차입금은 6조2562억원이며 이 중 2조4215억원이 단기차입금이다.

    내년 11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74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구조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적체된 '빚'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업성적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정제마진 부진과 올해 초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겹치면서 정유4사 영업손실이 4조8073억원에 달하는 등 업계에 짙은 불황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에쓰오일 역시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 1조180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말 기준 2016년 1조2488억원 이후 지속 감소세다.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 9.40%로, 2016년 10.6% 이후 4년 연속 내리막이다. 같은 기간 원가율도 85.3%에서 106%까지 증가하면서 수익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 ▲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 ⓒ에쓰오일
    ▲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 ⓒ에쓰오일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유가가 4분기 들어 배럴당 40달러 선에 머물고 있어 재고평가이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이 봉쇄조치에 다시 들어가면서 연말 석유수요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 들어 석유수요가 둔화되면서 정유사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4달러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2월2주 4달러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계속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미치면서 4월부터 7월까지 석달간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8월부터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손해를 보면 팔고 있는 셈이다.

    11월3주 기준 정제마진은 0.9달러에 불과하다. 9월5주부터 1~2달러를 유지하다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요원한 상황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재차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영향, 구조적 수요 우려로 5개월째 정체하고 있다"며 "정제마진 역시 10월 누적으로 3분기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등·경유 중심의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시황 회복은 코로나의 진정과 수요 반등에 달려있으나, 이는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에쓰오일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올해 연간 매출액은 16조원으로, 2018년 25조원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손실의 경우 1조1115억원으로 2016년 1조6168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 영업손실 규모는 최근 2년간(2018~2019년) 합산 영업이익 1조595억원보다 클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절벽으로 석유제품 과잉공급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서는 재고 소진과 가동률 상승분의 흡수라는 두 단계가 아직 남았다"며 "중국의 석유제품 순수출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누적된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수요 반전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제품 고도화를 위해 7조원 규모의 복합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생가스를 원료로 스팀크래커와 고부가가치 복합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앞서 예스오일은 5조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2단계 프로젝트를 마치게 되면 에쓰오일의 'Oil to Chemical(석유에서 화학으로)' 목표는 완료된다. 정유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하지만 본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실적 악화로 당초 계획했던 설비투자도 대폭 감축해 집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올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비투자를 계획 중에 있다.

    에쓰오일 측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로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지연이 되고 있긴 하지만, 아람코로부터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 초에 최종 투자의사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우리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지만, 향후 1~2년간 실적 개선 동향을 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