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밤 10시 이후 배송 금지'"집화없이 배송 못하는데"… 현장반응은 시큰둥터미널 대기만 4~5시간 다반사
  • ▲ 택배 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뉴데일리경제
    ▲ 택배 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뉴데일리경제
    택배업계가 22시 이후 심야배송 금지 방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배송기사 과로 방지 대책이다. 업계의 대대적인 참여에도 현장은 “배송시간 제한은 반쪽 대책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는 22시 이후 심야배송 금지 방침을 도입했다. 이달부터 도입됐으며, 기사들은 당일 인수 물량을 모두 배송하지 못할 경우 다음날로 배송을 연기하고 있다.

    현장은 아쉬움을 낸다. 상품 발송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 업무의 연결성이 중요한 택배업 특성을 고르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배송 업무상 어려움이 먼저 부각되자 단편적인 대책으로 이슈 진화에만 골몰했다는 시각이다. 

    택배는 집화-배송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쇼핑몰에서 상품을 발송하면 기사는 물건을 지역 소터미널로 보낸다. 이 과정이 집화다. 집화 상품들은 지역 거점 터미널(허브)로 보내진다. 이후 상품은 다시 지역 소터미널로 보내져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눈에 띄는 미시적 이슈만을 쫓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현장 환경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별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기준 배송과 집화 업무량은 각각 절반을 차지한다. 일부 기사는 집화만을 담당하기도 한다. 자신의 능률에 따라 주력 업무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율하는 근무 특성 때문이다.

    급격한 물량증가로 최근에는 집화 업무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처리과정을 효율화해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하려는 흐름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집화 기사들은 극소형, 중형, 대형화물 등 자체 선분류 작업을 진행한다.

    크기와 상관없이 물량 전체를 레일위에 쏟아냈던 예전에 비해 작업 대기시간이 길어진 점도 문제다. 지역에 따라서는 집화 물품을 터미널에 풀기까지 4~5시간을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다. 터미널 규모가 작아 여러 대의 화물차를 한 번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다.

    쇼핑몰 등 주요 고객사가 마감 후 물건을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로, 오후 늦게 시작해 새벽까지 작업을 진행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근무시간 제한 등 집화업무 관련 과로 방지 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송 업무는 전날 저녁부터 이뤄진 집화에 따라 이뤄지며, 택배는 주야간 업무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업종”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위해서는 업무 요소별 현황 파악과 맞춤 대책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