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유통업계 실적 일제히 악화… 소비 트렌드 달라져점포 폐점에 매각, 몸집 줄이기 나선 유통업계… 비용 줄이고 자금 확보달라지는 생존전략, 배달 서비스 도입에 계열사간 합병까지
  • 유통업계에게 올 한해는 빈말로라도 좋았다고 말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2월부터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너19)가 유통업계 전반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방역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기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됐다. 특히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면세점은 아예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일상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다 보니 이를 따라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변신이 이뤄지는 때이기도 했다. 
  • ▲ 롯데백화점 본점.ⓒ뉴데일리DB
    ▲ 롯데백화점 본점.ⓒ뉴데일리DB
    ◆ 코로나19 확산… 일제히 실적 악화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유통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라면 너나할 것 없이전반적인 악영향을 준 것. 외출을 삼가면서 자연히 쇼핑을 위한 발걸음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2조2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누계 매출 1조62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6%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감소했다.

    신세계 역시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한 3조4257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이 147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전환했다. 이마트는 비교적 선방했다. 이마트의 3분기 누적 매출이 16조3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 감소했다. 

    이 외에도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 BGF리테일 등은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 ▲ 대형마트.ⓒ뉴데일리DB
    ▲ 대형마트.ⓒ뉴데일리DB
    ◆ 백화점·대형마트, 폐점·매각 릴레이 

    실적악화가 불러온 또 다른 현상은 이전처럼 ‘출점하면 성장한다’는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대규모 폐점을 선언했다. 3~5년 내 200여 곳의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한다고 밝힌 것. 전체 700여 점포의 30% 수준이다. 

    실제 올해 롯데쇼핑은 올해만 99개 매장을 폐점했다. 백화점 1개, 마트 12개, 슈퍼 63개, 롭스 23개 등이 정리된 것. 고정비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안좋은 점포 위주로 과감한 폐점을 진행한 것이다. 

    홈플러스도 점포를 잇달아 매각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홈플러스는 안산점을 비롯해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 4개 매장을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 순손실 5320억원으로 적자가 대폭 커지면서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 ▲ 텅 빈 공항의 모습.ⓒ뉴데일리DB
    ▲ 텅 빈 공항의 모습.ⓒ뉴데일리DB
    ◆ 발 끊긴 해외여행, 면세업계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코로나19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면세업계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더믹이 심각해지면서 해외방문 자체가 어려워진 탓이다. 출국 및 입국시 자가격리를 취하는 것은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입국 자체가 금지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전년 대비 90% 가량이 줄어든 것.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SM면세점은 아예 공항면세점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을 세 번이나 진행했지만 현대백화점의 입점이 확정됐을 뿐 대부분 구역이 연이어 유찰되는 중이다. 관광이 줄어들면서 시내면세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이 4632억원,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누계 영업손실이 1501억원에 달한다. 


  • ▲ 임시휴점 중인 신세계백화점.ⓒ뉴데일리DB
    ▲ 임시휴점 중인 신세계백화점.ⓒ뉴데일리DB
    ◆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휴점 또 휴점

    코로나19는 단지 소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내에 발생하더라도 제품 판매 자체가 가능한 제조사와 달리 유통업체의 경우에는 판매 자체가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구역의 방역을 위해 휴점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2월 본점의 3일 휴업을 시작으로 10개가 넘는 점포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업을 해야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수차례 휴점을 해야했다. 백화점 하루 평균 매출이 수십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임시 휴점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방역 비용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홈쇼핑업계도 코로나19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생방송을 중단하는 사태만도 수차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시휴점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GS홈쇼핑을 시작으로 홈앤쇼핑, 공용홈쇼핑에 확진자가 발생해 연이은 생방송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엇갈리는 희비

    유통업계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매출이 좌우됐기 때문이다.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상향이 이뤄지던 지난 2월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줄었고 고강도로 격상된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40.3%의 매출 감소가 이뤄졌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완화로 점차 회복세를 이어가던 매출은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다시 6.5%가 감소하는 하는 등 등락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로 전년 대비 4.2% 신장률을 보였지만 11월 들어 다시 격상이 이어지면서 매출 하락이 커지는 중이다. 


  • ▲ 장마에 침수된 도로ⓒ뉴데일리DB
    ▲ 장마에 침수된 도로ⓒ뉴데일리DB
    ◆ 최악의 여름… 역대 장마에 백화점 매출 타격

    공교롭게도 여름 성수기인 정기세일 기간에는 날씨마저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장마가 49일간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 타격을 준 것. 이는 기상 관측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무더위가 덜하다고 장마로 인한 외출이 줄어들면서 코로나19와 함께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다. 특히 매출 하락이 심한 곳은 백화점이다. 백화점 업계는 3분기에 일제히 매출과 수익성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 ▲ 롯데백화점 바로배송.ⓒ롯데쇼핑
    ▲ 롯데백화점 바로배송.ⓒ롯데쇼핑
    ◆ 커지는 배달 시장… 앞다퉈 도입 중

    이런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은 전통적 유통업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외출이 힘든 상황에서 간단히 배달로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마트는 저마다 ‘풀필먼트 스토어’ 전략을 취하는 중이다. 매장 내에서 포장까지 해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 백화점 업계도 저마다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오토바이 퀵 배송을 활용한 3시간 내 주문하고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배송 서비스인 ‘투홈’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계열사 SSG닷컴을 통해 배송서비스를 키워왔다. 

    이 외에도 편의점 CU, GS25이 도보 배달을 도입했다. 반경 1.5km 안에 30분 내 배달을 목표로 일반인의 산책을 겸한 배달 방식이다.




  • ▲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면세명품대전 대기줄ⓒ뉴데일리DB
    ▲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면세명품대전 대기줄ⓒ뉴데일리DB
    ◆ 명품만 웃었다… 거세진 보복소비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패엔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간 소비하지 못한 것을 보복이라도 하듯 고가의 소비를 하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등장한 것. 실제 백화점의 매출을 지탱한 것은 명품 소비였다. 

    이런 분위기에 면세점의 명품 재고 판매는 뜨거운 이슈였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이 앞다퉈 명품 재고를 판매하면서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해프닝이 생겼을 정도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명품 재고를 판매하던 지난 6월에는 새벽부터 대기 줄이 이어지는 현상도 벌어졌다.
  • ▲ ⓒGS리테일
    ▲ ⓒGS리테일
    ◆ GS리테일-홈쇼핑, 한화솔루션-갤러리아 합병

    올해 유통업계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는 형태의 합병도 이어졌다. 

    지난달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편의점과 홈쇼핑이 합쳐지며 자산 9조원, 취급고 15조원의 대형 유통기업이 탄생하게 된 것. 합병 GS리테일은 오는 2025년까지 매출을 25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도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다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의 사업부문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 이를 통해 한화갤러리아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향후 투자를 위한 조달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 대규모 감원 칼바람… 임원 줄이기 현실화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는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임원에 대한 대규모 감원이 이뤄진 것. 롯데쇼핑은 이번 인사에서 25명의 임원을 퇴임시켰다. 전체 100명 중에서 약 25%의 임원이 줄어든 셈이다. 신세계그룹도 이번 신세계의 정기인사에서 임원 20%에 대한 퇴임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간헐적으로 이뤄져왔지만 임원에 대한 이런 대규모 삭감은 흔치 않다. 그만큼 유통업계가 느끼는 절박함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