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편' vs 이낙연·정세균 '선별'… 재난지원금 두고 연일 옥신각신文대통령 "지금은 논의할 때 아냐" 선긋기에도… 언플로 논란 키우는 양상기재부 '개혁반대세력' 찍혀 동네북… 홍남기 "나랏빚 1천兆·증가속도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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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대통령의 언급이 나왔지만, 좀처럼 령(令)이 서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지원금을 두고 연일 옥신각신하면서 혈세를 가지고 생색내기 하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그동안 줄곧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지급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지난 11일에도 페이스북에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보편)이 2차(선별)보다 더 경제회복 효과가 있었다. 피해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이 보편지급을 요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가채무비율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며 "4차는 보편지급이 맞다"고 주장했다.야권은 선거용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조차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보편지급은 부적절하다며 이 지시가 자기정치를 편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지사는 "매표행위라는 비난은 국민을 돈 주면 표 찍는 지배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말로 응수하기도 했다.일각에서 혈세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가지고 정치권이 생색내기에 혈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막 3차 지급에 나서는 상황에서 4차를 지급하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본예산도 이제 막 집행을 시작한 단계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하는 4차 지원금 논의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급방식에 관해서도 "경제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문제"라며 "지금처럼 방역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방식이 맞다. 보편지급은 (코로나19가) 거의 진정된 후 국민 사기진작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지원금을 주는 것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 많다"며 "지역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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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권 내 대권 잠룡들이 옥신각신하며 논란을 키우는 양상이다. 일각에서 레임덕이 여권 내 잠룡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이 지사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을 이해해주시고 수용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19일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지사가 문 대통령 발언을 입맛대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 발언을 종합하면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금을 줄 수 있지만, 현재 방역 상황을 고려하면 선별지급 방식이 맞는다고 볼 수 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로 이 지사의 결정을 두고 자기모순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공중파인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가 공개된 자리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 지사를 겨냥해 쓴소리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21일에도 종편 JTBC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선별지원이 옳다"며 "당에서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전한 기본지침은 방역상황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고 다시 이 지사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여권 내 또 다른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논란에 가세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서 "경기도가 (추가) 지원하는 건 좋다"면서도 "3차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이면 방역이 우선이고, 지금 상황에선 차등 지원이 옳다"고 이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정 총리는 앞선 7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더는 '더 풀자',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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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이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동안 이 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가채무비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과 효과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왔다.최근에는 정 총리도 기재부를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정 총리는 21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영업제한 등 정부 정책을 따르느라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의 손해를 보상하는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기재부에 지시했다. 그러면서 전날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뜻을 밝힌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을 겨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정 총리는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다"고 질타했다.이 대표도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홍 부총리와 불편한 모습을 표출했다. 당시 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자는 정부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때도 앞으로 있을 선거를 염두에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 강화 무산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 대통령이 반려하는 촌극을 연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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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22일 정 총리가 지시한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몇몇 의원이 입법 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해 기재부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지, 외국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이 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와의 확전을 피하면서도 재정당국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홍 부총리는 "국가적 위기에서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다. 국가채무 규모보다 증가 속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지켜보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앞으로 방역·경기·재원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이 불가피하더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차 재난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피해를 본 업종과 대상에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와 관련해선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법제화가 아니라 결국 예산과 재정의 문제다. 오히려 법제화로 지원대상이나 금액 등을 못 박으면 경직화돼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한 탄력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기재부가 (정치권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국민 재산을 지키는 부처로서 소임을 다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