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9807억 10년만에 흑자 전환, 자본잠식 털어내올해는 2조 넘길 듯, 장기계약운임 50% 이상 오를 전망공격적 영업전략, 컨테이너선·VLCC 등 투자 확대
  • 10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HMM(옛 현대상선)이 올해 해상운송업 반등세를 타고 실적개선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HMM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조4133억원으로 전년대비 9002억원(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808억원으로 전년실적 -2997억원 적자에 비해 1조2805억원 개선됐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11년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쌓아온 HMM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에게는 어닝 서프라이즈 급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개선으로 2016년 이후 시작된 자본잠식을 털어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HMM의 자본총계는 1조6874억원으로 자본금 1조6336억원을 넘어섰다. 1조890억원에 불과했던 2019년 자본총계보다 5984억원 증가했다.

    HMM 측은 아시아~미주 노선과 유럽 등 전노선의 해상운임이 상승하면서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컨터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1825.75포인트로 1년전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계절적 비수기인 지난해 4분기 평균은 1975포인트로 3분기 평균 1209포인트에서 63.3% 올랐다.

    때문에 올해도 HMM의 영업실적 개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하는 HMM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2904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의 2배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67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며 "올해도 컨테이너 운임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보수적으로 봐도 순이익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 HMM 프레스티지호가 부산항에서 선적하는 모습ⓒ자료사진
    ▲ HMM 프레스티지호가 부산항에서 선적하는 모습ⓒ자료사진
    이에 따라 HMM은 올해 선박을 추가 발주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짰다. 상반기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될 예정이었던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인수일정을 앞당겨 조기 투입을 검토 중이다. 또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내년 7월부터 용선하는데 243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선박 추가 확보는 물동량 증가에 따른 수익개선은 물론 안정적인 장기 운임계약(SC)을 따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해상운임이 급등해도 해운사의 실적에 곧바로 반영되기 어려운 이유가 물동량의 절반 가량을 SC로 운영하는 해운사 특성상 기존 계약 운임만 받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의 SC 비중은 50~6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SC 화주 운임은 적어도 50% 이상 상승한 수준에서 체결될 것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받으면 HMM의 총 콘테이너선은 83만 TEU로 지난해보다 18.2% 증가한다"며 "이에 따라 미주동안 직항서비스나 유럽 노선 증편 등 추가적 성장이 기대돼 물들어올 때 노젓는 영업전략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극대화되고 있다. 갑작스런 포스코 매각설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공공기관이 보유한 HMM 지분은 산업은행 12.61% 등 총 20.12%다. 이들 공공기관과 체결한 경영정상화계획 약정서 효력은 올해 연말이면 종료된다.

    하지만 단기 채산성 개선만 보고 매각설까지 거론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해운시장 환경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데다 누적된 전환사채만 3조원에 육박해 2~3년 실적 개선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배재훈 HMM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가 흑자전환의 해였다면 새해에는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 현대중공업 민영화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합병이 속도를 내면서 HMM만 남겨놓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소 해운사들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HMM이 사상최대 실적을 낸 만큼 어떤 식으로는 매각설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기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경우 본격적인 매각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