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당성향 35.69%…전년比 20.73%포인트 증가배당총액 전년과 유사하지만 수익성 악화 영향, ROE 2.14%무리한 배당정책 경쟁력 약화 우려, 대주주 배불리기 지적도
  • SK증권이 급격한 실적 악화에도 배당성향을 상향 조정했다. 사모펀드(PE) 운용사인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3년 연속 현금배당 실시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수익성 관리는 뒷전으로 한 채 최대주주 배불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은 2020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을 43억8775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 46억7175만원 대비 6.08% 감소한 규모다. 1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0원, 우선주 15원이며 시가 배당률은 각각 1.26%, 0.29%다. 

    배당성향은 35.69%다. 전년 14.96%와 비교하면 무려 20.73%포인트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최근 3년간 SK증권의 배당성향은 ▲2018년 33.49% ▲2019년 14.96% ▲2020년 35.69% 등이다. 

    배당성향은 2배 넘게 뛰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점이 주목된다. SK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22억5032만원, 122억9422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2.8%, 60.6% 감소했다. 자기매매 사업 부문에서의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SK증권의 무리한 배당정책은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2020년 9월 30일 기준 지분율 19.60%)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7월 SK그룹을 떠나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같은 해 10월 1100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이어 7년 만에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2018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은 46억7175만원으로 직전 배당 재개연도(2011년 31억7902만원) 대비 46.96% 늘어난 수준이다. 

    당시 업황 부진 여파로 실적이 뒷걸음질쳤으나 주주환원 방안을 추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8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188억원)보다 25.88% 감소한 139억원이다. 

    대주주 변경 전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SK증권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2012년 이후 무배당 행진을 이어왔다. 4년 연속 흑자에도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김신 대표는 "SK증권이 자기자본 규모가 업계서 현저히 부족하다보니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한 여러 애로가 많았다"며 "경영상의 의사결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SK증권은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2019년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14억원, 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65%, 123.82% 뛰었다. 수익성 지표인 ROE은 5.62%로 전년(2018년 말 2.85%) 대비 2.7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SK증권의 ROE은 2.14%로 추산된다. 오히려 대주주 변경 이전(2017년 기준 4.42%)보다 낮은 수준까지 감소했다. 

    주요 중소형 증권사 9곳과 비교해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키움증권이 교보증권, 대신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등의 ROE을 분석한 결과, 5%대 미만인 곳은 SK증권 뿐이다. 가장 상위권에 위치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ROE은 20.1%다.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가 배당을 과도하게 늘리면 자기자본을 충분히 쌓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SK증권이 내실 관리는 뒷전으로 한 채 현금 곳간을 지속적으로 풀게 되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하락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