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증권사 테슬라 기초자산 ELS 손실구간 진입…한투‧미래證 순21년 최고점 대비 60% 가까이 내려…3년 만기 상품 대거 손실 전망10개월간 발행된 테슬라 ELS 미상환 잔액 1.1조…주가 회복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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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한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다수가 손실 위험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주가가 좀처럼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테슬라 주식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ELS를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불안감에 떠는 모습이다.

    29일 뉴데일리경제 취재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2021년부터 판매한 테슬라 ELS 중 현재 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ELS 규모는 약 10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약 500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약 367억 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증권(63억 원), 키움증권(42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10억 원) ▲유안타증권(10억 원) ▲한화투자증권(10억 원) ▲신영증권(2억 원) ▲교보증권(1억 원) 등에서 판매한 테슬라 ELS 상품들이 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다.

    손실률의 경우 상품마다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 구간)를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일부 상품은 현재 10~20%대 손실률을 기록한 반면, 상대적 고난도 상품의 경우 60%대 이상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사 테슬라 ELS 상품은 녹인 배리어를 설정해두진 않았다"라며 "또 만약 손실이 최종 확정될 경우 돈이 아니라 최종 원본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만큼 테슬라 주식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타사와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의 경우 자사 테슬라 ELS 상품 중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이 한 개도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발행 당시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녹인 조건을 많이 하향해 아직까진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 혹은 종목이 가입일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거나 유지하면 사전에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받는 금융상품이다. 

    가장 대표적 유형인 스텝다운형 ELS의 경우 발행 당시 기초자산의 가격이 3개월 혹은 6개월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가 고점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조기상환이 불발, 미상환 잔액이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슬라 주가는 지난 26일 기준 168.3달러를 기록, 앞서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점(406.7달러‧2022년 시행한 3대 1 액면분할 고려)과 비교했을 때 60% 가까이 하락했다. 

    장기간 내린 주가는 지난해 들어 회복해 작년 7월 52주 신고가(293.3달러)를 쓰기도 했으나, 그 이후로도 40% 이상 내린 상황이다. 지난 22일에는 장중 138.80달러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번에 원금손실 문제가 되는 테슬라 ELS 또한 지난 2021년과 2023년 주가가 고점을 기록할 당시 발행했던 상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증권사들은 연 20%대 이상의 높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는 테슬라 ELS를 일제히 발행해 주목받은 바 있다. 주가지수형 ELS 목표 수익률이 연 10%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녹인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률이 높을 수 있다.

    특히 2021년 발행한 3년 만기 ELS 상품들의 경우 올해 줄줄이 만기가 도래될 것으로 예정돼있어 원금손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상 테슬라 ELS의 녹인 가격이 최초 발행가격의 30~50% 수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원금손실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발행된 테슬라 ELS의 미상환 잔액은 약 1조1300억 원 규모다. 이에 업계에선 홍콩 ELS처럼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가격을 밑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점 대비 테슬라 주가가 반토막이 된 상황에서 주가가 회복하지 못할 경우, 손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테슬라가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우려를 키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저가 전기차 출시 시기를 이전 계획보다 앞당기겠다고 밝히고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 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라며 "이는 테슬라의 주가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