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지율 1위 이재명 문의에 부담, 회의적"이 지사 "은행이 위험하다 판단하면 안하면 그만"은행, 기본대출 유사공약 정치권에 번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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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 중인 경기도 ‘기본대출’ 정책에 대해 은행권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이 최근 시중 은행에 보낸 '기본대출' 공문에 대해 ‘문의’일 뿐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은행권은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이 지사의 문의가 요구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 지사가 쏘아올린 기본대출 정책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신보는 지난달 22일 주요 시중은행에 1인당 500만∼1000만원을 10년간 연 3% 금리로 빌려주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형 기본대출 시범 운용안'을 보냈다. 이 같은 내용의 기본금융 상품을 은행권이 운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형식이다.
만기 일시 상환이나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10년간 이자도 받지 않으며 만기가 되면 한차례 연장도 가능한 구조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그동안 모든 국민이 1~2% 저리로 일정금액을 대출받는 기본대출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대출도 경기신보가 100% 보증을 서고 부실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이 지사 측에서 공문을 보내온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요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신용도에 관계없이 대출을 실행한다는 발상이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이용해 대출을 내주는 만큼 신용도 등 정확히 위험성을 따져 취급 여부를 결정하고 금리를 산정하는 게 기본인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자납부는 대출의 부실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데 만기에 이자를 일시지급할 경우 그간 대출의 부실여부를 알 수 없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간은행에 정책 문의를 할 경우 금융당국 등 정부와 당 차원의 논의를 거친 뒤 은행에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금융위원회를 건너뛰고 경기도(경기신보) 측에서 직접 은행에 상품 개발을 문의한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은행에 보낸 공문은 은행에 가능여부를 문의한 것”이라며 “요구가 아닌 문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대출은) 경기도와 경기신보가 전액 지급보증을 하니, 신용도에 따른 부실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그럼에도 은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안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설명에 은행권은 상품출시 가능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추진하는 기본대출 정책을 시작으로 정치권에서 유사한 공약이 쏟아지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