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한컴, 카뱅 등 노조 잇따라 결성높은 이익 실현에도 낮은 성과급 불만 포괄임금제, 초과근무 여전... 여력 없는 중소기업 한숨만
  • ▲ 웹젠 판교 사옥 ⓒ웹젠
    ▲ 웹젠 판교 사옥 ⓒ웹젠
    국내 IT 거점인 판교에 노동조합(이하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은 IT 기업들의 낮은 성과급 책정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웹젠, 한글과컴퓨터, 카카오뱅크 등 IT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노조를 설립했다. 3년만에 9개 기업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

    온라인 게임 '뮤(MU)', 'R2M' 등을 서비스하는 중견 게임사 웹젠은 최근 노동조합 '웹젠위드(WEBZENwith)'를 설립했다. 이는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에 이어 게임 업계 네번째 노조 설립이다.

    웹젠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평균 2000만원 이상의 보상을 책정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직원은 이에 못미치는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번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2004년 해산됐던 한글과컴퓨터 노조도 17년만에 재결성됐다. 한컴 노조  '행동주의'는 지난달 23일 출범을 공식화 했다. 행동주의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한글과컴퓨터 지회로 소속된다. 

    현재 가입된 노조원은 100명이다. 한컴 노조는 2001년 출범했다가 2004년 자진 해산하고 직장협의회로 전환한 바 있다. 노조는 ▲투명하고 시스템화된 정당한 평가와 승진 및 인사 확보 ▲수평적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의 발전 도모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약속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25일 공식 출범했다. 201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2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화섬노조 산하 카카오지회로 설립됐으며, 현재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임직원에게 보상책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도 게임, IT 기업들이 수혜를 보며 성장했지만, 보상 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노조 설립의 원인이라고 내다본다. 앞서 SK텔레콤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성과급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또한 주 52시간 초과 근무, 포괄임근제 유지 등에 따른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의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6%가 포괄임금제가 시행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2%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성과급 논란이 중소게임사들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과 다른 이들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인력 유출을 막기위해 무리한 연봉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다.

    중소개발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사업 매출이 반토막 이상으로 적자가 났다"면서도 "개발 인력이 부족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연봉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