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로 중국-일본 논란 비껴가운용자산 200조… 참전 여력 충분공개매수가 상향 지켜본 뒤 결정할 듯MBK와의 수조원대 '쩐의 전쟁'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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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캐피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투심위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200조 규모의 운용자산을 가진 베인캐피탈은 미국계 PEF로 그간 꾸준히 한국시장을 노크해 왔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이 글로벌 협력사와 IB(투자은행) 등을 접촉하며 우군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PEF 베인캐피탈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한국투자증권이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 주관사를 맡고, 베인캐피털이 투자사로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다.최 회장은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이력이 풍부한 이승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해외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 CFO가 베인캐피털의 대표적인 대박 거래인 카버코리아 거래를 자문하면서 베인캐피탈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에서는 MBK 측의 공개매수가격 상향 여부를 지켜본 후 최 회장 측도 베인캐피탈 등 백기사를 공개한 뒤 대항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D-데이는 하루 뒤인 26일이다. MBK 측이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날까지 금융당국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조건을 변경하면 공개매수 종료일이 당초 10월 4일에서 제출일로부터 10일 더 연장돼 고려아연 측에 대응 시간을 더 벌어주게 되므로, 기한 내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MBK 측은 이달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까지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66만원으로, 최대 1조999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 공개매수에 나선다. 두 기업을 합한 공개매수 가격은 매수 수수료를 제외하고 약 2조1332억원이다.현대차·LG·한화 등이 최 회장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최 회장은 추가로 약 6%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1조원. MBK가 공개매수가를 더 올릴 시 최 회장의 필요 자금도 확대가 불가피하다. MBK 측 2조, 최 회장 측 1조 등 현재 3조 규모의 지분경쟁 판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MBK가 26일 장 종료 이후 공개매수 정정공시를 한다면, 최 회장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4거래일밖에 남지 않게 된다. 최 회장의 대응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백기사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일부를 담보로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베인캐피탈이 MBK와 같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지,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지도 변수로 꼽힌다. SI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반면 FI는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오직 배당과 원리금 회수 형태의 수익을 추구한다. FI로 참여 시 최 회장은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면서 경영권도 보장받게 된다.베인캐피탈이 FI로 최 회장 편에 서더라도, 향후 최 회장이 베인캐피탈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경영권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FI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후 주가 하락세에 따른 손실을 떠안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한편 25일 오전 10시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보다 0.43% 오른 70만2000원, 영풍정밀 주가는 0.47% 오른 2만1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사 주가 모두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을 웃도는 상황으로, 매수가격 상향 여부를 두고 MBK와 영풍의 셈법도 복잡해진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