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영업환경-수익성 지속 저하… 설립 이래 최악 영업성적배당, 사업 인수 등 자금 필요… 외부 차입으로 재무안정성 '흔들'
  •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지난해 2011년 물적분할 이후 최악의 영업성적을 기록한 데다 재무안정성까지 저하되면서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지분 매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낮췄다.

    2011년 옛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부문이 물적분할 된 이후 첫 강등이다. 앞서 나이스신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최주욱 한기평 전문위원은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하고 지분투자 확대, 배당 부담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으며 당분간 수익성 회복과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이 낮은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주요 제품의 불리한 수급 여건 등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으며 배당금 지급, 사업 인수 등 자금 소요로 재무안정성도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종합화학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조4663억원으로, 설립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직전 최저 기록은 2016년 9조4043억원이다.

    영업이익(-534억원)과 순이익(-2249억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7년 9618억원 이후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영업환경이 점차 저하되면서 이익 창출 규모 감소세가 이어져 왔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1분기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중국 업체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아로마틱 제품 업황 둔화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유가 반등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환입, 마진 회복 등으로 흑자전환하기도 했지만, 3분기 이후 아로마틱 제품 마진 약세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한국산 파라자일렌(PX) 수출물량의 85~9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합성섬유 업체들이 원재료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2019~2021년에 걸쳐 약 1만3000t 안팎의 대규모 PX 설비 증설을 진행했으며 이에 따라 PX 스프레드가 저하됐다.

    지난해 평균 PX 스프레드는 t당 184달러로, 전년 t당 367달러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하반기 이후 언택트 수요와 더불어 가전 및 건축업 경기 개선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 개선이 나타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화학섬유 시황 개선은 제한적이며 중국의 대규모 신증설 물량 출회가 이어지고 있어 기초유화 부문 실적 개선도 제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NCC/EPDM 설비 등 유형자산 손상차손 인식, 핵심 관계사인 시노펙-SK 페트로 케미칼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지분법손실 인식 등으로 22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각국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인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이 반등하겠지만,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력인 아로마틱 제품은 중국의 증설 부담, 전방 수요 회복 불확실성 등으로 마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의 핵심 제품군인 아로마틱 부문의 수요는 타제품에 비해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PX의 경우 국내외 화학사의 PX 설비 가동률 상승 및 공급물량 증가 가능성, 중국 업체들의 추가적인 PX 설비 증설 계획 등을 고려하면 저하된 수익성이 빠른 개선세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송미경 실장은 "아로마틱 부문의 상대적 수요 부진 및 중국을 중심으로 한 PX 신증설 계획 등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인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 SK 울산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CLX. ⓒ성재용 기자
    영업현금 창출이 축소되면서 투자 및 배당에 소요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며 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재무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2018년 이후 이어진 이익 창출 규모 감소세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더욱 심화한 상황인 가운데 최근 3년(2018~2020년)간 총 2조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이 발생함에 따라 부족 자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말 부채 규모는 모두 3조476억원으로, 2016년 1조9302억원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입금도 같은 기간 6438억원에서 1조9432억원으로 4년째 불어나고 있다. 직전 4년(2016~2019년)간 부채는 평균 2조2487억원이며 차입금은 평균 8796억원이다.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자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10억원 △2018년 331억원 △2019년 470억원 △2020년 502억원 순이다. 특히 영업성적 부진과 맞물리면서 이자보상배율은 -1.06배에 그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유동비율은 148%로 선방하고 있으나, 2017년 203%에서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데다 최근 3년간 단기차입금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하반기 1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PX 등 주요 제품의 비우호적 업황이 지속되고 있어 이익창출력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가 및 나프타 가격의 점진적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전반적인 현금흐름 추이 개선은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욱 전문위원은 "올 들어 수요 반등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회복되겠지만,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영업현금 창출로 자본적 지출, 지분투자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일정 수준 대응하겠지만, 저하된 재무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SK종합화학의 투자계획, 배터리 설비 신증설 관련 투자 부담이 높은 주주사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배당금 지급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자체적인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확대된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020년도 결산 배당은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설비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요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배당금 지급 부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의 차질 발생 가능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통 석유화학 사업 자산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 투자를 강화하는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SK종합화학의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49% 이내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으로 JP모건을 매각자문서로 선임해 전략적 투자자(SI) 모집에 나섰다. 글로벌 파트너사와 합작법인(JV) 설립, 전략적 투자 유치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저하된 이익창출력과 그에 따른 재무안정성 회복 지연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굴뚝' 산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SK그룹만 단행하는 것이 아닌 데다, 기업가치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컨디션인 만큼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배당 수익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매수 후보군을 추리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