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지 모르는 ‘화이자 4000만회분’ 추가 계약 동시에 입장 전환불안감 원인은 ‘이상반응’, 포괄적 보상책 없이 실적만 강조당장 공급 안 된 물량이 태반, 수급 불안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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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후진국’이라는 오명은 K방역 프라이드를 가진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는 곧 과도한 자신감으로 치환됐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외면한 채 실적 달성을 위한 맹목적 믿음만 강요하는 모양새다. 

    전환점은 지난 24일 하반기에 들어 올 예정인 화이자와의 4,000만회분(2,000만명분) 백신 계약이 완료된 시점부터다. 정부는 그동안 쌓인 불만을 토로하듯 백신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브리핑까지 열어 계약 성과를 자축했다.

    연장 선상에서 지난 26일에는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코로나19 백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장밋빛 미래를 그렸고 ‘백신 가뭄’을 적용받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백신 접종 목표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백신 문제를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정부가 백신 접종 계획과 관련한 일련의 비판을 ‘백신 정치’로 몰아세우며 귀를 닫고 움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4월 말까지 300만명, 상반기 1,200만명 접종 완료란 실적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됐다. 물론 1차 접종 완료를 의미한다. 어찌됐든 간에 이 수치만 달성하면 백신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7일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약 240만명으로 인구수 대비 4.7% 수준이며, 2차 접종자는 약 12만6,000명으로 ‘0.2%’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 계획상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코로나19 백신은 1,809만회분(904만5000명분)이다. 그러나 지난 25일 기준 387만3,000회분만 도입됐다. 

    구체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157만4,000회분, 화이자 175만회분이 들어왔다. 코백스와 계약한 2,000만회분 중 54만9,000회분이 도입됐다. 나머지는 1,421만5,000회분은 6월까지 순차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실정이다. 

    또 상반기를 넘어가면 국내 백신접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3분기가 찾아온다. 이때 정부는 8,000만회분의 백신을 차질 없이 도입해야 한다. 이 계획이 틀어지면 사실상 집단면역 목표는 물건너간다.

    지금까지 겪어왔듯 급하게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부작용이 터지기 때문에 1~2분기 백신 수량 약 1,809만회분보다 4.4배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실제 모더나 백신의 경우 당초 2분기부터 4,000만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초도 물량 일정조차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으로 문제로 세계 각국이 화이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어 과연 정부의 계획대로 도입이 추진될지 의문이다.

    이처럼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은 크고 플랜B는 없는데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앞당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이상반응 문제와 인과성 입증이 어려워 포괄적 보상이 적용되지 않는 한계로 인해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일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지마비가 발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40대 간호조무사의 사례는 당국의 피해보상 재심의를 받게 됐지만 대부분의 중증 이상반응과 사망 건은 인과성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단순히 실적 위주의 계획을 토대로 백신 정책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입 일정이 미뤄질 경우를 감안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반응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만이 국민의 불신을 불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