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민주당 지도부와 실수요자 대책 첫 논의송영길 대표 "집값 90% 대출…핀셋 규제완화 해야"DSR·LTV 중복 규제 숙제… 예외규정땐 '형평성' 논란
  •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 ⓒ공동취재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 ⓒ공동취재단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개인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40%로 규제한 가운데 청년·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신임 대표는 신혼부부·청년 등 실수요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 민주당 지도부와 실수요자 대책 첫 논의

    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를 찾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신임지도부와 만나 부동산, 금융 정책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차관들도 함께 자리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발표한 대출 규제안에 대해 새 여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이달 중 발표를 예고한 청년·실수요자 대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애초 금융당국은 3월 가계부채관리방안으로 대출 규제책과 완화책을 정비해 함께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발표가 지연됐다. 

    여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금융당국과 '대화 채널'이 막혀버렸다. 결국 금융당국은 기존 당정이 협의한 대출 규제책만 담은 반쪽짜리 정책을 내놨다.  


    ◆ 송영길 "집값 90% 대출"… 현실성 낮아  

    송영길 신임 대표의 부동산 정책은 여당으로서는 꽤 파격적이다. 처음 집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에게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집값이 상승한다고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평생 전세방, 월세방에 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얻을 수 있도록 핀셋으로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공급이 되더라도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당정협의를 거쳐 LTV 상향이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90%까지 조정은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에서 9억원 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 40%를 적용받아 주택담보대출로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송영길 대표의 주장대로 LTV 90%를 적용하면 주담대 대출금이 8억1000만원이나 된다. 이 경우 DSR 40% 규제에 걸리지 않으려면 연소득은 1억2000만원이 넘어야 한다. 금리 2.5%에 만기 30년으로 가정했을 때 결과다.     
  •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 ⓒ공동취재단
    ◆LTV만 푼다고 될까…DSR 중복 규제 숙제 

    LTV규제는 집값을 기준으로 삼지만 DSR은 차주의 소득을 보고 대출 한도를 판단하는 만큼 중복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LTV 규제만 완화한다고 대출이 이뤄질 수는 없는 구조다.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LTV 우대혜택을 부과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DSR 40%규제를 완화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예외조항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시장에서는 집단대출인 중도금·이주비는 DSR에서 제외하고,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는 DSR에 적용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잔금대출 전환이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줘야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 안팎에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규정한 LTV와 DTI 40% 규정을 10%p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가격이나 소득구간을 구분해 혜택을 달리 부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일 경우, LTV 20% 추가 혜택을 주고, 6억원~9억원 구간에는 10%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여당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실수요자 대책발표을 미룬만큼 파격적인 규제 완화안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땅과 집에 대해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앞으로 남은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