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 재발방지책으로 마련중인 LH 혁신안이 빠르면 이번주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과 비핵심 부문의 분리가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폭발한 민심을 수습할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여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정치적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등은 3~4개의 정부안을 마련해 이번주 여당과 당정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협의가 이뤄지는 즉시 발표할 계획이어서 빠르면 이번주안에 LH 혁신최종안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LH 직원땅 투기 사건이 불거진후 약 3개월만이다. 정부는 지난 3월이후 ▲과감한 혁신(쇄신) ▲주택공급 일관 추진 ▲주거복지 강화 등을 기조로 LH 혁신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밑에 토지개발과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택지와 공공주택분양 등 LH의 핵심기능은 그대로 두되 광명·시흥사태와 같은 조직운영상 비위나 부조리를 민간기업처럼 지배구조를 통해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지주회사는 LH 산하 주택관리공단을 주거복지공단이라는 별도 공공기관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주회사 밑에는 LH를 포함해 2~3개의 자회사가 위치하게 된다. 이들 자회사는 기능별로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LH는 토지개발과 주택건축 등 핵심기능을 담당하고 나머지 1~2개 자회사는 주택관리나 상담, 사옥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안이다.
당초 토지개발과 주택건축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2·4주택공급대책' 등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LH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혁신안을 두고 문재인정부 최대 과제인 주택공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도 최대한 조직을 혁신하는 절충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직분할을 통해 내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력 규모를 줄여 투기를 막겠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회사를 쪼개면 개발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 숫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공기업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때 잘못된 부분을 덮으려는 행위에 대해 공론화하고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만 이번에 마련될 LH 혁신안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선 4·7보궐선거 참패이후 궁지에 몰린 여당이 분위기 반전을 노려 더 강력한 쇄신 방안을 들고 나올 수 있지만 보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다 업무효율만 떨어뜨리고 자리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일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여당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부처들이 혁신안 초안을 마련해놓고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이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하기가 어렵다"며 "당정협의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여당 '눈치보기'는 LH 혁신안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당에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주택 세제부터 대출규제, 공급방안 등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시장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김부선'으로 쪼그라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에 대한 정부 대응도 마찬가지다. 김포나 검단신도시 등지의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해당지역에 지역구를 둔 여당의원들이 노선변경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것도 정해진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치논리에 의해 건설이 결정된 가덕도신공항처럼 LH 혁신안도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이번 혁신안에 따라 내년 대선 판도가 바뀔수도 있는만큼 정부가 여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