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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시장에 또 나왔다. 매각대금이 약 2조원 가량된다고 하는데도 국내외 업체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면서 건설업계는 대우건설이 이번엔 제대로된 임자를 만나길 기대한다.
'먹튀'란 말이 있다. '먹고 튄다'의 준말이다.
국민심사를 뒤틀리게 했던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꼽을 수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8년만에 투자금 1조3800억원 대비 3배가 넘는 4조6888억원을 남기고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경영실패로 회사를 궁지로 몰아넣은 사례도 있다.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4000억원 투자와 평택공장 30만대 생산설비 증설을 약속했지만 SUV 기술만 빼낸 채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흔히 우리는 기업인수합병을 M&A라고 말한다. M&A는 '합치다, 합병하다'의 Merger와 '기업인수'를 뜻하는 Acquisition의 영어 앞 단어를 따온 준말이다. 여기서 합병은 A회사와 B회사가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고, 인수는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사서 경영권을 가지는 것이다.
M&A의 목적은 그 주체가 전략적투자자(SI)냐, 재무적투자자(FI)냐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전략적투자자는 말 그대로 전략적인 니즈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고, 재무적투자자는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를 한다.
이들 주체에 따라 M&A 목적은 달라진다. 전략적투자자 경우 기업인수 동기가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새로운 시장개척 또는 시장점유율 확대 등인 반면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투자자 경우 기존사업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목적은 단 하나다.
인수한 가격 대비 높은 가격에 기업을 매각해 금전적 차익을 거두는 데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론스타'다.
특히 재무적투자자 경우 저렴한 가격에 기업을 사서 가치를 증대해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 주 목적인 만큼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물론 전략적투자 역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1973년 설립된 대우건설은 2006년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후 힘든 시기를 겪었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는 얼핏 전략적투자(시장개척)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위기는 '풋옵션'과 '풋백옵션'이 주된 이유다. 풋옵션은 일정자산을 약정한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풋백옵션은 풋옵션과 구조가 같지만 원래 매각자에 '되판다'는 뜻을 갖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자력으로 모든 인수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었다. 이에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였고 '풋옵션'을 제안했다. 주당 2만6200원이던 대우건설 주식을 3조5000억원어치 사주면 3년 뒤 주당 3만4000원에 되사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서열 7위까지 올랐지만 4년만에 '빚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한때 3년연속(2006~2008년)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올랐던 대우건설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역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매각하기도 했다.
1983년 업계최초로 기술연구원을 개원한 대우건설은 2018년 기준 산업재산권 실적만 △등록특허 337건 △신기술 12건 △녹색기술 172건을 보유한 업계 전통 강호다.
이런 대우건설이 외풍에 흔들리도록 방치하는 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쪼록 이번 M&A가 대우건설에 마지막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