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한·일 등 5개국과 우선협상"산업장관 방미 예정 … 韓 협상 대표로알래스카 LNG·조선 협력 의제 가능성일각서 "협상 서두르면 손해" 시각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등 5개 우방국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정하며 관세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주 진행될 한미 고위급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의 '최선의 제안' 요구에 맞춰 에너지 수입 확대와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종합 패키지를 마련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4일(현시지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내주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예고하며 '최선의 제안'에 따라 무역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주로 예고된 한미 고위급 무역협상에는 한국 정부 측 협상 대표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과 3월에 두 차례 방미한 안 장관은 이르면 내주 방미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협상을 위한 카드로는 가스·원유 등 에너지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 확대와 자동차·반도체 등 기존 주요 수출품목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꼽힌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조선 협력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협상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도 지난 14일 "하루 이틀 사이에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 한미 간 화상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이 미국과 조선, LNG,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도 이날 한국산업연합포럼 초청 강연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패키지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우선 협상 자격을 획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타결과 철강 분야 쿼터제 합의 등을 이끌어 낸 전례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포함해 대비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등 주요 협상 의제를 '패키지 딜'로 묶어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원유, 가스 등 에너지와 농축산물 수입을 늘리고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대가로 대미 수출의 약 35%에 달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으로 여전히 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협상을 서두르기 보다는 일본 등 주요국의 추이를 지켜보는 등 신중한 협상 전략을 펼칠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현재 한국은 권한대행 체제로 과도기적 정부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섣부른 결정은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는데다 현재 거론되는 사안들은 방위비 분담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막대한 국가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큰 만큼 협상 속도전에 나서기 보다는 주요국들의 협상 추이도 지켜보면서 협상의 사전 조율을 해나가되 최종 결정은 새 정부에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도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의 접근 방식이라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 투자자와 무역 파트너들에게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했다.

    미국 측은 먼저 협상에 임하는 국가가 가장 좋은 조건을 얻는다며 '선점 효과'를 강조하지만 우리나라와 함께 최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된 다른 국가들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만 하더라도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으면 좋다는 방식의 생각은 아니다"라며 성급하게 합의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