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진 딛고 수익성 반등'무차입급' 재무건전성도 유지'실적 견인차' 한화토탈 증설 완료… 성장동력 확보 눈길
  • ▲ 한화종합화학 울산사업장. ⓒ한화종합화학
    ▲ 한화종합화학 울산사업장. ⓒ한화종합화학
    한화종합화학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이 올 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핵심 자회사 한화토탈의 성장 동력도 마련됐다. 안정적인 재무건전성까지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가증권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공개(IPO)는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약속이었다. 한화그룹으로서는 이번 IPO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그룹 지배권을 확대할 수 있는 자금 확보의 기회이기도 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올해 초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상장 예비심사는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 등 본격적인 공모에 앞서 상장사로서의 자격을 갖췄는지 심사받는 단계다. 주관사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패스트트랙 제도(신속 심사제도)를 활용, 상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실적이 우수한 우량기업의 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하는 것으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인 7월 초 심사가 통과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 평가가 한창이다. 다만 지주회사 특성이 있다 보니 자회사별로, 사업 부문별로 따로 기업가치를 매겨야 해 측정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 부진했던 실적에서 벗어났다는 점,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점 그리고 알짜 자회사 한화토탈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 등으로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은 연결 기준 매출액 9981억원, 영업이익 375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 1조6319억원에 비해 38.8%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2004억원에서 81.2% 급감했다.

    한화종합화학의 주요 수익은 지주 부문에서 발생하는 지분법이익과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제품 매출 및 기타 매출이다.

    지난해 지분법이익은 563억원으로, 전년 1591억원에 비해 64.6% 감소했다. PAT 관련 매출 역시 2019년 1조4692억원에서 9383억원으로 36.1% 줄어들었다.

    직전 5년(2015~2019년)간 지주 부문 매출 90% 이상을 차지한 한화토탈이 2019년부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수요 둔화, 북미 ECC 증설에 다른 에틸렌 계열 공급 확대 등 수급여건 저하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됐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저하,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한화토탈 관련 지분법손실이 발생,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체사업인 TPA 역시 판매계약 구조 변경, 수출선 다변화, 공정 개선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방 수요 부진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 ▲ 한화토탈이 신규 증설을 완료한 폴리프로필렌 공장. ⓒ한화토탈
    ▲ 한화토탈이 신규 증설을 완료한 폴리프로필렌 공장. ⓒ한화토탈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모기업인 한화에너지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화종합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682억원을 저점으로 매분기 전분기대비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2018년 4분기 4109억원 이후 9개 분기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자회사 중 덩치가 가장 큰 한화토탈의 개선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모회사의 시가총액을 견인할 핵심 카드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화토탈 역시 지난해 1분기 -2634억원을 저점으로 분기마다 가파른 전분기대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448억원으로, 2018년 2분기 3714억원 이후 11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달 폴리프로필렌, 에틸렌 등 주요 제품 생산시설 증설을 완료하면서 2017년부터 추진해온 1조4700억원 규모의 대단위 투자를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외형 성장은 물론, 중장기 수익성 제고 역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토탈은 4년간 진행된 대형 증설 프로젝트를 통해 NCC(나프타분해설비) 증설 및 가스 전용 분해시설 완공,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신규 공장 완공 등 핵심 사업 증설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800억원이 투자된 한화토탈의 신규 폴리프로필렌 공장은 연간 4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신규 공장 증설로 한화토탈은 기존 연간 72만t에서 국내 최대인 연간 112만t의 폴리프로필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함께 추진된 가스 전용 분해시설 증설도 순조롭게 완료됐다. 가스 전용 분해시설은 기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에 비해 가격이 낮은 프로판 가스(LPG)를 원료로 사용해 경제성을 극대화한 설비다.

    한화토탈은 가스 전용 분해시설에 150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15만t의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이번 증설로 한화토탈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138만t에서 153만t으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증설을 통해 스티렌모노머(SM), 파라자일렌(PX) 등 기초유분 중심의 주력 사업군을 합성수지 사업으로 확장해 시황 변동에 더욱 유연한 사업구조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부가 합성수지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사용되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한화토탈 측은 "이번 증설 완료로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능력 확충과 국내 최고 수준의 폴리프로필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난 4년간 추진해온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증설 공장들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한편,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먹거리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 ▲ 한화그룹 지배구조. 자료=한화. ⓒ하이투자증권
    ▲ 한화그룹 지배구조. 자료=한화. ⓒ하이투자증권
    한화종합화학의 재무건전성도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2.1%, 3.2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현금성 자산 확대에 따라 소폭 늘어난 것이다. 전년도 부채비율은 9.44%이며 차입금의존도는 0.19%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상태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풍부한 현금성 자산, 보유 지분증권 및 유형자산 등을 활용한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 회사 및 계열의 신인도에 기반한 금융시장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회사의 재무적 융통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며 "이와 함께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수준의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상장 작업은 한화그룹 내부 승계 문제가 엮여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는 지분 39.16%를 가진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이고,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가 25%씩이다. 정리하자면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 상장시 기업가치가 3조~5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을 통해 막대한 공모자금을 확보하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그룹 3형제가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한층 원활해진다.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가 되려면 공정거래법상 ㈜한화의 지분을 30%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한화의 시총은 약 2조4000억원으로, 에이치솔루션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6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그간 에이치솔루션은 3형제에게 매년 수백억원씩 배당을 통해 자금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에도 4월 중간배당을 통해 총 400억원을 3형제에게 지급했다. 배당이 아니더라도 이번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향후 ㈜한화와 합병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 상장은 단순히 한화그룹 자회사의 기업공개라고 보기에는 삼성그룹과의 약속, 한화그룹 내부의 승계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복합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