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KB증권 등 초대형 증권사, 잇따라 간편 MTS 출시삼성 오투, 해외주식·ETF 거래 가능하고 커스터마이징 화면 특징KB 바닐라, 핀테크와 합작한 혁신 기술·증권사 노하우 결합한 바닐라픽급부상하는 젊은 층 빠르게 흡수하며 업계 예상 뛰어넘는 핀테크 반향
  • 삼성증권과 KB증권 등 초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젊은층을 공략한 간편 버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고 있다. '쉽고 간편하다'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등장부터 주목받았던 토스증권 MTS와 그 윤곽은 비슷하면서도 토스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강조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다. 토스증권으로부터 시작된 MTS 다이어트 바람이 증권업계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2월과 3월 두 달간의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최근 간편투자 앱 오투(O2·오늘의투자)를 정식 출시했다. 

    오투는 기존 MTS 대비 전체 메뉴 수는 6분의 1 수준으로 줄여 간소화했다. 그만큼 어플리케이션 구동 시간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화면 구성도 간결해졌다. 

    간편앱 원조인 토스증권처럼 매수·매도와 같은 표현 대신 직관적인 용어로 바꾸고, 차트도 간소화했다. 보통 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총잔고 확인, 보유 종목 등 주요 기능을 한데 모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능 배열도 본인 스타일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적이다. 

    무엇보다 삼성증권 간편앱에선 다양한 상품거래가 가능하다. 국내주식은 물론 해외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 펀드, 채권 등 모든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토스증권의 경우 현재 국내주식밖에 거래가 되지 않다는 점이 투자자들 사이에선 아쉬움으로 평가된다. 오투에선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통해 초보 주식투자자들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제공되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국내주식은 물론 해외주식, ETF 투자까지 초보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 분석 등이 쉽지 않은 주식 초심자에겐 개별 종목 투자보다 ETF 투자가 용이한 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특정 회사를 겨냥한 MTS라기보단 젊은층, 나아가 주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되는 투자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도 간편 MTS 경쟁에 뛰어들었다. KB증권은 줌인터넷과 합작해 만든 프로젝트바닐라를 통해 MTS 바닐라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증권사와 테크핀 업체가 만났다는 점에서 토스증권 앱과의 차별점이 드러난다.

    토스증권처럼 테크핀기업인 줌인터넷의 안정적 기술력을 통해 통상적인 레거시를 탈피한 개혁적인 MTS 구현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초대형증권사 KB증권의 금융데이터·거래 노하우·하우스 역량 등 증권사로서의 역량이 더해진 시스템이다.

    토스증권과 마찬가지로 쉽고 간편하게 구현된 바닐라에선 주식투자 정보와 관련된 '바닐라픽(PICK)'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공유된다. 최근 가입 이벤트로 준 주식의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는 '토스픽'이 연상된다.

    투자를 처음하는 사람들에게 손쉽게 투자의 벽을 넘게 했다면, 바닐라픽은 계좌 개설 후 초보 투자자들이 어떤 투자를 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선택지다. 기존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읽고 쉬운 콘텐츠로 풀어주고, 산업을 테마로 이에 대한 정보는 물론 관련 산업 종목에 대한 리스트업이 이뤄진다. 투자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쉬운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은 투자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이후 초보 수준을 지나 레벨업하는 일종의 성장 과정까지 고려한 화면 구성도 눈에 띈다. 투자에 참고하는 봉차트와 이동평균선 등을 없애면서 주식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점은 토스증권이 지닌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바닐라엔 호가창, PER(주가수익비율)·PBR(주가순자산비율)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서랍장처럼 숨겨뒀다.

    프로젝트바닐라 관계자는 "주식 투자를 처음하는 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 진입한다면 종목을 어떻게 선정해야할지 거기서부터 또 의문이 생긴다"면서 "나아가 이들이 투자를 통해 노하우가 생기다보면 게임 레벨업 하듯 그 수준에 맞춰 필요한 정보도 달라지는데, 그때 되면 필수적인 정보들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토스증권가 일으킨 반향이 예상보다 상당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토스증권 MTS의 신규계좌 개설 수는 21일 기준 350만개를 넘어섰다. 신규계좌 중 2030세대의 비중은 약 70%에 달하는 등 주식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통상 앱 유저 잔존율(신규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후 지속 사용비율)이 40%이면 성공한 개발로 평가받는데, 토스증권은 잔존율이 이를 훌쩍 넘어서는 등 내부적으로도 기대했던 것 이상의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간편앱을 선보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핀테크가 가져온 파급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젊은 층이 주식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선 만큼 이들 투자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앞다퉈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증권업 특성상 신규 플레이어들이 업계 판도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면서 "여전히 신생증권사로서 토스증권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이어갈지 장담할 순 없지만 현시점에서는 업계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