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거부→물류대란 우려MSC 집단이직 압박8% vs 25% 접점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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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누리호ⓒ자료사진
사상 초유 국적선사의 파업이 목전에 다가왔다. 사측과 노조가 서로 입장만 반복하다보니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져 설령 극적인 합의에 성공한다해도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HMM 해원노조(선원) 23일 쟁의행의(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앞서 노사는 내년 임금인상폭을 두고 각각 5.5%와 25%를 제시해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후 사측이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장려금 200%(내년 지급) 등을 협상안으로 내놨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협상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가 나섰지만 2차례 걸친 조정에서 양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원노조는 쟁의권을 확보,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육상노조도 이번 주중 찬반투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파업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2.8% 인상에 그친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파업 찬성률이 97.3%에 달했기 때문이다. 올해 사측의 2차 제시안(임금 8% 인상)에 대한 육상노조의 찬반투표에서도 95%가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불성실한 협상태도에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며 "신중론을 주장하던 사람들도 강경파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 ▲ HMM 항해사의 5월 근무기록표. 월 306시간30분을 일했다.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 셈이다.ⓒHMM해상노조
관건은 파업 수위다. 물류대란이 불가피한 만큼 노조 측도 극단적인 파업 카드를 꺼내기는 부담스럽다. 선원법상 운항 중인 선박의 선원은 파업 등 쟁의행위가 불가능하다. 승선 거부가 사실상 유일한 방식이다. 선원이 배를 타지 않으면 출항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류 미배송에 따른 계약 위반이 속출할 전망이다.지난해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고도 끝내 실행에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정근 해원노조 위원장은 "회사나 정부 그리고 산업은행 등이 파업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선원법으로 쟁의행위를 제한할 정도로 선원들이 중요하다는 얘긴데 오히려 노예처럼 부려먹기만 했다"고 했다.급여 2배를 제시한 지중해해운(MSC)으로의 집단 이직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스위스 국적선사 MSC는 최근 월급여 1만3000달러에서 1만4000달러(1644만원, 일항사 기준)를 내걸며 HMM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을 받고 있다. 계약조건도 4개월로 평균 10개월 승선하는 HMM 직원들에게는 매력적이다.하지만 사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8% 임금인상안을 내놓은 이후 별다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배재훈 사장은 8% 인상안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더이상 양보는 없다는 사실상 최후 통첩, '갈사람은 가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어떻게든 파업만은 막겠다며 협상에 매달린 사측도 중노위 조정까지 불발되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직원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수정 제시한 인상안은 교통비, 복지포인트를 포함시키면 실질 임금인상률이 10.6%에 달한다"며 "평균임금 기준 올해 약 9400만원을 보상받는 만큼 노조가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반면 사측의 반응에 일부 조합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해외 근무직원들은 받을 수도 없는 복지포인트와 교통비를 연봉에 포함시켜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직원 행복의 첫째로 급여를 꼽은 배재훈 사장은 협상에서 뒤로 물러나 모른척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