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떼고 '친환경' 의지 담아 변경'플라스틱 순환체계 구축-친환경 소재 확대' 날개 확보작년 영업적자, 신용등급 강등 수모 딛고 올 극적 반등나경수 사장, 대표이사 임기 3개월 남기고 연말 연임 여부 촉각
  • ▲ (좌로부터) SK지오센트릭 서원규 전략본부장, 나경수 사장, 강동훈 그린비즈추진그룹장, 장남훈 패키징본부장 등이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좌로부터) SK지오센트릭 서원규 전략본부장, 나경수 사장, 강동훈 그린비즈추진그룹장, 장남훈 패키징본부장 등이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이 사명에서 '화학'을 떼어내고, 플라스틱 순환체계 구축과 친환경 소재 양 날개로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그린' 중심의 사업 체질 전환의 기틀을 세운 나경수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3개월가량 남은 그의 임기 역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브랜드 뉴 데이' 행사를 통해 'SK지오센트릭'이라는 새 사명을 공개했다.

    지오센트릭은 우리 말로 '지구 중심적'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사명 교체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중심으로 탄소에서 그린(친환경)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SK종합화학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뒤 10년 만에 단행된 것으로, 사업 모델부터 사명까지 '전면적인 딥체인지'를 한 셈이다.

    SK지오센트릭은 사명 교체를 계기로 '세계 최대 도시유전(油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도시유전은 원유로 플라스틱을 생산하듯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를 통해 플라스틱을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이날 "SK지오센트릭의 파이낸셜 스토리 핵심 방향은 '지구를 중심에 둔 친환경 혁신'"이라며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간 90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설비 능력 확보와 친환경 소재 확대 등에 약 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에 달하는 연간 250만t의 폐플라스틱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나경수 사장은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성장률은 12% 수준으로, 2050년 600조원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5년에는 친환경·재활용 영역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상회하는 6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재활용 기술 확보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친환경 소재 확대와 친환경 원료 도입 등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분리수거 후 재활용까지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실제 차세대 플라스틱 재활용 확보를 위해 국내외 파트너들과 MOU를 맺고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며 열분해 후처리 기술은 자체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오염된 단일재질과 복합재질 플라스틱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용매 추출, 해중합 및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해외 파트너들과 기술 도입, 합작법인 설립, 지분투자 등 협업을 기반으로 국내외에 공장을 신증설해 나가기로 했다.
  •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정부, 지방자치단체 및 기존 중소업체와의 상생 협력 등을 통해 폐플라스틱 수거, 선별 단계부터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등 전 과정에 참여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 복합소재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이슈는 이를 가장 잘 아는 화학기업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므로 순환경제형 사업 모델은 SK지오센트릭의 파이낸셜 스토리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이자 새로운 성장 방안"이라면서 "ESG경영 기반으로 폐플라스틱 순환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친환경 중심 사업 모델 전환의 기틀을 만든 나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시장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 나 사장은 올해 말로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당장 이번 '전면적인 딥체인지' 뿐만 아니라 올 들어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4월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강등한 바 있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2018년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 ECC 증설(2017~2018년)로 인한 에틸렌 계열 석유화학제품의 역내 공급 증가 등으로 영업 수익성 둔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다운스트림 수요 부진, 중국 내 대규모 증설 집중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 등으로 주요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의 수급여건이 악화되면서 -53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원가율을 2018년 수준으로 낮추면서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상반기 기준 원가율은 △2018년 91.47% △2019년 92.4% △2020년 97.3% △2021년 91.45% 등이다. 당분간 2019년 이전 실적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신평사들의 우려를 떨쳐낸 셈이다.

    실제 2분기 영업이익은 1397억원으로, 1분기 1283억원에 비해 8.93% 증가했으며 지난해 2분기 517억원에 비해서는 170% 뛰었다. 2개 분기 연속 전년대비 개선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15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분기에 비해 9.45%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해 3분기 19억원에 비해서는 7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58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3년 만에 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2017년부터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수익성은 재무적으로도 효과를 봤다. SK지오센트릭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양수도 등으로 2017년부터는 차츰 악화하기 시작했다.

    상반기 기준 부채 규모(3조4616억원)가 소폭 증가(2.89%)한 가운데 자본 확충(9.15%)으로 부채비율이 105%에서 99.1%로 개선됐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2017년(1조6455억원) 이후 지속 증가하면서 부채비율도 37.6%에서 크게 뛰었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단기차입금(-94.0%) 등 차입 규모(2조621억원, -6.75%) 감소와 자본 확충으로 지난해 상반기 69.1%에서 59.0%로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17년(6235억원)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차입 부담 감소로 이자비용(219억원)도 오랜만에 전년대비 감소세(-13.8%)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