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글로벌 에너지 부족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전망에 80달러대를 유지했다.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0.12달러 상승(0.14%)한 80.64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04달러 오른 82.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WTI 가격은 종가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2014년 10월31일 80.54달러 이후 7년 만에 처음 넘어섰고, 이날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배럴당 81.62달러까지 올랐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대비 0.23달러 하락한 83.42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나흘 연속 오른 WTI와 달리 나흘 만에 하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전날까지 2018년 10월10일 83.09달러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소폭 후퇴했다.
최근 유가 급등은 원유 수요가 넘치지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공급난 우려에 상승 압력이 강했다.
원유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산유국들은 증산에 미온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최근 석유장관 회의를 통해 "11월에도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산량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코마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OPEC+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늘려 대응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한 유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세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분석은 유가 상승세에 부담 요인이 됐다.
이날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7월 전망치보다 낮추고 내년에도 성장이 4.9%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 불안과 코로나19 확산을 언급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도 나타나고 있다.
액티브 트레이드 기술적 분석가 피에르 베이레는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위기가 시장 수요를 크게 지지했지만, 원유에 대한 조정이 다가올 수 있다"며 "80달러에 도달한 후 추세가 둔화했고, 기술적 지표인 상대강도지수(RSI)가 약세를 보인 점은 기술적 조정이 곧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프라이스 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높은 에너지 가격이 성장 예측을 낮추면서 시장이 약간 위축됐다"며 "시장이 상당히 과매수 상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