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프리 IPO 착수… 내년 초 본격화생산설비 확충-R&D 등 투자금 유치 '박차''배터리 관심' 최재원 부회장 합류 수순… 본격화 전망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강민석 기자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강민석 기자
    "20년 가까이 많은 자금과 R&D 노력을 배터리사업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돈을 잃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지출 규모가 매우 커서 가끔은 이 숫자들이 정말 겁날 때도 있죠."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두고 배터리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SK온의 IPO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SK온으로 복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IPO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SK온은 JP모건과 도이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해외 대형 사모펀드(PE)를 대상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상장 전 자금조달(Pre IPO) 작업에 착수했다.

    프리 IPO 규모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SK온의 기업가치 30조~35조원의 10% 수준이다. 본격적인 유치절차는 내년 초 진행될 전망이다. 거래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분 10% 수준의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주 발행 형태로 프리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증설 기조로 재무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프리 IPO를 포함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분할 당시 SK온에 배정된 현금은 약 2049억원이며 여기에 분리막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식 매각자금과 배당금 2조3530억원 중 1조7000억원, 윤활기유 계열사 SK루브리컨츠 주식 매각자금 일부가 추가 배정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SK온이 보유 중인 현금이 약 3조~4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올 들어 급증한 설비투자 계획으로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5년 내 갖춰야 할 생산능력이 올해에만 80GWh 이상 늘어난 만큼 매년 1조원에 가까운 투자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 1공장을 완공했으며 현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드社와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 2027년까지 89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미국에 129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2조6000억원을 들여 헝가리 이반차에 배터리 3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한다.

    SK온은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500GWh는 전기차 750만대 분으로, 이를 달성할 경우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 ▲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SK
    ▲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SK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 유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선된 이익창출력으로 충당하는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SK온의 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388억원으로, 지난해 4260억원에 비해 손실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255억원)에는 손실 폭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흑자로 돌아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해 현금흐름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 측에 2년간 지급해야 하는 소송 합의금 1조원을 고려하면 당분간 자체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프리 IPO 이후 단기간 내 상장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리 IPO는 IPO를 전제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인 만큼 수년 내로 IPO를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SKIET의 경우 지난해 9월 프리미어슈페리어 유한회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프리 IPO를 한 지 1년도 안 돼 상장에 나선 바 있다.

    게다가 지난달 취업제한이 풀린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IPO 준비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K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이사회에서 최 수석부회장이 SK온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지동섭 대표이사와 투톱을 이룰 것 알려졌다.

    SK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은 이전부터 배터리사업 파트너사 미팅이나 수주에도 참석하고 헝가리, 미국 배터리 공장 기공식 등에도 참석해 스피치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는 (SK온으로의 이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수석부회장이 취업제한 기간에도 배터리 관련 일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점은 지속해서 회자됐다.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서 열린 당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고, 지난해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공장에서 만나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때도 함께했다.

    SK온은 최 수석부회장 복귀에 맞춰 대대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이달 초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파트너링 추진 등 경영상 주요 진행 사안들을 고려, 이사회 개최 시기를 이달 중순으로 미루고 별도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수주잔액은 10월 기준 1.6TWh로, 금액으로는 약 220조원 규모다. 이 같은 수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크게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인원 확충과 조직 확대에 방점이 찍힌 조직개편이 점쳐진다.

    다만 SK온은 IPO 시기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온 측은 "IPO 시기는 내년 후가 될 가능성이 크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자금 여력 역시 충분한 상황"이라며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