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개선·일자리정책 뒷받침" 큰소리소상공聯 "최저임금 5.1%↑ 감당 안돼…무인화 가속""영업제한 연장시 고용절벽"…고용 99.9% 회복 '거품'
-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내년 일자리와 관련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내수 개선에 힘입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회복이 이뤄질 거라는 태도다.그러나 일선현장의 반응은 정부 생각과 괴리가 크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말미암아 고용절벽을 우려한다.정부는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취업자수 증가폭을 28만명으로 잡았다. 내수가 개선되고 일자리 지원정책이 뒷받침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제약에도 고용 개선 흐름이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다. 고용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이 고용회복의 중심이 될 거라고 했다.문제는 현장의 시각은 정부 생각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 전망에 대해 "(정부도) 무슨 근거가 있으니 그렇게 말했을 테지만,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창출은) 그렇게 쉽지 않다"며 "(현장에선) 고용을 줄였으면 줄였지 늘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오 회장은 "코로나19 시국에 영업금지·제한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인데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등 서비스업종에서 고용 창출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면서 "(현정부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자동화시스템을 많이 도입했고 (현장에선) 앞으로도 인건비를 어떻게 줄일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 회장은 "현장 상황은 (정부 전망과는) 매우 다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 속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내놓을 것 다 내놓고 빚 얻을 것 다 얻었다. 고용 창출의 중심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앞으로도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영업제한·금지 조치를 연장하면 (고용 창출이 아니라) 마이너스(-) 고용 절벽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오 회장은 "(영업금지·제한에 따른) 손실보상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5.1% 오른다. (최저임금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되니 문제"라면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선 최고조로 안좋은 상태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현장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
지난 7월13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했다. 당시는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을 4.2%(5월 기준)로 올려잡는 등 경기 개선 흐름을 반영하던 때였다. 하지만 올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이달 들어 본격 확산한 오미크론 여파로 4.0%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잿값 상승 등 대외적 악재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내수위축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도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12월호)에서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방역 조치 강화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1.5% 올랐다. 내년 인상률(5.1%)은 올해의 3.4배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진행형인 가운데 소상공인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임시·일용직의 평균임금은 171만원으로, 이를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1만7701원이 나온다. 일선 현장에선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 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고도 남았다는 의견이 적잖다.
-
정부가 제시한 28만명 증가가 전혀 근거 없진 않다는 견해도 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5만3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둔화했지만, 9개월째 증가세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중 대면 접촉이 많은 숙박·음식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생산과 고용이 증가했다.그러나 정부 전망대로 내수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11월 고용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달 인데도 증가 폭이 전달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다.고용지표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산업별로 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재원이 많이 투입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7만9000명)에서 여전히 고용 증가가 많다. 나이별로는 노인 일자리가 증가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의 59.9%는 60세 이상(33만1000명)에서 나왔다. 반면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대(-6만9000명)와 40대(-2만7000명)에선 줄었다. 30대 일자리는 지난해 3월 이후 21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 청년 고용률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화자찬했다.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내년 일자리사업도 노인 단기 아르바이트성 일자리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3.3% 늘어난 총 31조1331억원이다. 정부는 노인 근로자를 더 채용하면 1인당 분기 30만원을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사업을 신설했다. 내년에도 당장 통계 수치를 늘릴 수 있는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금 퍼주기식 사업이란 지적을 받았던 국민취업지원제도 올해보다 25%쯤 대폭 늘리면서 표(票)퓰리즘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총선 등을 앞두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수혜 대상자의 소득 기준을 계속 완화해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3.1%)도 불안하다. 정부는 내년 내수가 대면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올해보다 빠른 회복을 보일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내놓은 '2022년 경제·산업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수출경기 둔화와 기저효과 소멸 등을 이유로 꼽았다. 민간연구기관 전망치는 더 짜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2일 내놓은 '2022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발간한 '2022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각각 2.8%를 전망했다.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투자 계획이 없거나(9%), 아직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41%)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