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회복… 수익성, 8조원대 유지 전망신규 설비 유입에도 노후설비 폐쇄 등 수급여건 '양호'재무 부담, 점진적 완화 전망… 연 1조5천억 규모 회사채 만기 부담도
  • ▲ SK이노베이션 울산CLX.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울산CLX. ⓒSK이노베이션
    전반적인 수급여건과 국제유가 수준, 정제마진 및 주요 제품 스프레드 추이 등을 고려했을 때 오는 2022년 국내 정유기업들은 재고 관련 손익 저하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 판매량 및 마진 회복 등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익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재무건전성은 최근 이어진 투자 기조로 업계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태이지만 안정적 사업 기반과 견조한 영업 현금 창출력, 재무 융통성 등을 바탕으로 관리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재고 관련 이익 실현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제마진 회복 등을 바탕으로 실적이 안정화되면서 양호한 수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원유 수요는 증가세를 이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며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의 단계적 증산 등으로 원유 시장의 초과 수요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발표자료 기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수요가 2020년 9079만배럴에서 2021년 9628만배럴, 2022년 9965만배럴로 회복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IA의 분기별 원유 수급 전망을 살펴보면 원유 수요는 2022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 수요에 근접한 이후 2022년 4분기 수요는 2019년 4분기 수요를 다소 상회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손익분기점 수준에 그친 정제마진 역시 추가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팬데믹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과 타이트한 공급으로 정제마진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부진했던 등유, 경유, 항공유 중심으로 마진 개선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OPEC+의 잉여생산능력 및 단계적 증산, 미국 등 여타 산유국의 생산량 회복 추이 등을 고려하면 내년 중 원유 수급상 초과공급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OPEC+의 증산 계획 재검토 가능성 등이 드러나면서 공급 전망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OPEC+의 잉여생산능력, 주요 원유 소비국과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OPEC+는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 추이에 대응한 수준에서 공급량을 조절해 나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이란 제재가 완화돼 이란의 원유 수출이 허용될 경우 이란에서 100만배럴 이상의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빠르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수급여건 등을 고려하면 내년 중 유가는 연평균 70달러 안팎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IEA 자료 기준 글로벌 정제처리량은 2019년 8160만배럴에서 2020년 7420만배럴로 감소했으나, 2021년에 7740만배럴, 2022년 8110만배럴로 회복하며 석유제품 시장은 수급상 균형을 점진적으로 찾아갈 전망이다.

    글로벌 정제시설 생산능력 전망은 대체로 중단기적으로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설비 폐쇄 및 전환이 순증설 규모를 상당 수준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조사 결과 정제설비 신증설 규모는 2021~2023년간 366만배럴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설비 폐쇄도 249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6월 IEA는 2021~2022년간 예상되는 380만배럴의 신증설이 이미 공표된 230만배럴의 설비 폐쇄 및 전환으로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당분간 글로벌 정제설비의 생산능력 확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가동률 상향도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맞춰 이뤄지고 있어 중단기적으로 전반적인 업계 수급 상황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최근의 높은 유가 변동성 등과 같은 부담 요인이 존재하지만, 예상되는 수급여건, 정제마진의 회복 추이 등을 고려할 때 내년도 정유산업 업황은 올해에 비해 큰 차이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정유 4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1804억원 손실에서 올해 8조74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이어 내년에는 8조399억원 규모의 이익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최근 정유사들의 실적 버팀목이었던 윤활기유도 정제설비 가동률 회복으로 공급 제약 요인이 완화돼 스프레드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2. ⓒ에쓰오일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2. ⓒ에쓰오일
    재무적으로는 최근까지 진행해 온 투자 프로젝트로 전반적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상태다. 때문에 향후 투자계획 등에 따라 재무 부담 변동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사의 부채 규모는 모두 46조원으로, 지난해 3분기 38조원에 비해 20.5% 불어났다. 1년새 7조9104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현대오일뱅크(12조원)가 43.1% 증가했으며 GS칼텍스(11조원)는 25.8% 높아졌다. 에쓰오일(11조원)은 8.82%, SK에너지(10조원)은 7.89% 각각 상승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부채비율이 전년대비 55.7%p 악화한 222%로 나타났다. GS칼텍스도 15.8%p 높아진 172%를 기록했다.

    4개사 평균 부채비율은 173%로, 지난해 3분기 157%에 비해 15.3%p 높아졌다. SK에너지는 275%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는 차입금 규모(6조3528억원)와 증가율(36.4%), 차입금의존도(113%)와 증가율(24.2%p) 모두 4개사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4개사 평균 차입금 규모는 4조958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조7483억원에 비해 4.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77.8%에서 73.9%로 낮아졌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올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마무리 투자를 진행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종속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및 폴리머 공정 투자(2019~2021년 3조1000억원 투자, 폴리에틸렌 85만t 및 폴리프로필렌 50만t 구축)를 진행해 9월부터 시운전 중이며 12월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GS칼텍스는 2018~2021년 총투자비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MFC(Mixed Feed Cracker) 투자를 진행해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 50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7월부터 신규 공정을 가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0~2022년간 한국 및 중국을 중심으로 NCC의 대규모 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수급상 부담 요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들은 나프타 외에 정유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을 신규 설비의 원료로 투입하며 일반 NCC에 비해 원가경쟁력 확보상 이점이 있다.

    이인영 수석연구원은 "이들은 2021년까지 부족 자금 발생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재무 부담이 많이 증가한 상태"라면서도 "2022년 이후 기존 사업 부문의 실적 안정화와 함께 신규 설비의 영업실적 기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투자 부담도 감소해 점진적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인 SC&D(Steam Cracker&Olefin Downstream)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미확정 상태로, 2022년 하반기께 투자 여부, 구체적 투자 규모 및 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는 내년 1조5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4개사가 3분기 벌어들인 합산 영업이익 1조3139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SK에너지 5500억원 △에쓰오일 4600억원 △현대오일뱅크 3200억원 △GS칼텍스 1800억원 순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7500억원이 상반기 만기 물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