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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의 IT썰풀이] '스톡옵션'과 '모럴해저드'

게임·포털 벤처 1세대 회사 스톡옵션 도입 앞장임직원 근로 의욕 진작... 카카오 등 판교 IT 성공신화로카카오페이 임원진 먹튀 논란, 경영자 윤리 의식 결여 비난 잇따라

입력 2022-01-21 07:33 | 수정 2022-01-21 10:11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Employee Stock Options).' 

국내 IT 업계 종사자라면 해당 용어가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1997년 4월 증권거래법의 개정으로 국내에 도입된 스톡옵션은 자사의 주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근무하는 회사의 경영 상태가 좋아져 주가가 상승할 경우 상당한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임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진작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시 벤처 회사에 불과했던 IT 기업 대부분을 중심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 전반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자본이 없는 게임사들과 포털사들은 미래의 달콤한 보상을 전제로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약속하며 현재의 성장을 일궈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스톡옵션 잭팟'은 판교에 근무하는 IT 종사자들에게는 목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카카오 제국을 건설한 김범수 의장은 개인 자산이 15조원에 육박하면서 국내 1위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경쟁사인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에도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상반기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스톡옵션 일부를 행사해 39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스톡옵션 행사는 개인 재산권 영역으로 법적인 절차를 어긴 것은 아니다.

문제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적해이(moral hazard)'가 불거지면서다. 류 대표 등 임원 8명이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에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류 대표 개인적으로 469억원을 현금화하면서 차익을 거둔 탓에 주가는 한 달 사이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주주들과 직원들의 반발 속에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자리를 사임했고, 주식매도 규정(회사 최고경영자는 2년, 임원은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을 만들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덕적해이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일부러 게을리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한다. 2007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해당 용어가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과 도덕적해이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가 이익만을 쫒고 행사할 경우 조직은 물론, 주주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상당하다. 임원진들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걸고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가 성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조직 내 도덕적해이가 만연하게 될 경우 회사의 미래는 가늠할 수 없다.
신희강 기자 kpen84@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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