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신라젠, 각각 3년, 2년 가까이 거래정지소액주주들, 상장폐지 심사 기간 장기화에 불만 고조 바이오 기업 특성상 임상 결과 도출 시간 오래 걸려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필요 절차 단축 의지 비쳐
-
신라젠 주주와 한국거래소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폐지 심사를 기다리는 기업의 심사 기간이 너무 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최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해당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제도 개편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주주단체는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형사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다음 달 18일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거래소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신라젠 주주단체 관계자는 27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변호사와 미팅을 진행했고 회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라며 “거래소 관할 경찰서 또는 검찰에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들은 특히 상장폐지 결정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통상 상장폐지 과정을 거치는 기업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 등 크게 세 가지 절차를 밟는다.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는 기업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이다. 심사 대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기심위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기심위가 상장 폐지를 결정할 경우 회사는 시장위에서 다시 심의를 받는다.문제는 이러한 상장폐지 결정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특히 기심위와 시장위가 각각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할 경우 주식거래 기간은 최대 4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김명환 신라젠주주연합 대표는 “일반 주주들은 신라젠이 어떤 이유에서 상폐됐는지 모르고 2년 가까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이혼 등 가정불화를 겪는 이도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병에 걸린 이도 있다”라고 말했다.현재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오스템임플란트은 각각의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특히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각각 2년,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주식거래가 정지돼 소액주주들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다.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신라젠 소액주주는 17만4186명에 달한다.코오롱티슈진은 신약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논란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2019년 5월 이후 2년 7개월여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6만4332명에 달하는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의 투자 자금은 3년 가까이 묶인 상황이다.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 모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 거래 정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기간이 축소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실제 손병두 이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이 다시 영업 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투자자들에 대한 도리”라면서도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손 이사장은 “상장 폐지 심사가 많이 걸려있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임상 결과를 기다리거나 시간을 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해당 기간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하게 생각되는 절차를 솎아내고 외국사례에 비춰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소액주주 단체와의 소통도 언급했다.손 이사장은 기자간담회 후 기자와 만나 “최근 신라젠 주주들이 시위를 진행하다 본부로 들어왔고, 향후 진행되는 절차에 대해 임원들이 충분히 설명했다”라며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