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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역습-하] 탄소세 서두르다 '일자리-에너지 안보' 우려

석유제품 조세 증가 '저소득층 부담' 가중생산비용 높아져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탄소 규제 혜택 등 정부 지원책 마련 절실

입력 2022-02-03 07:26 | 수정 2022-02-03 10:10

▲ 여수석유화학단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국내에도 탄소세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유업계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밀어붙이기식 정부 정책으로 과거 석탄산업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한숨이 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판단은 공감지만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 대전환 방향은 맞지만 기존 산업에 대한 대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탄소세는 지난 2020년 정부가 탈탄소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유업계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탄소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이 세금 회피를 위해 탈탄소 정책에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겠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속속 도입이 이뤄지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 세계 순위 5위인 일본도 탄소세를 적용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해외의 탄소세 운용 동향 및 탄소가격에서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 96억3200만달러(약 11조5200억원)의 탄소세를 거둬 탄소세 도입 28개국 중 가장 많은 세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캐나다(34억700만달러), 일본(23억6500만달러), 스웨덴(22억8400만달러), 핀란드(14억200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에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 규모가 최대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정부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4개 부처 공동으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으로 차기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탄소세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주체 및 대상을 광범위하게 적용 할 수 있어 기존 과세 대상인 에너지와 수송 부문 뿐 아니라, 산업부문까지 아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의 경우 제품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에 추가적인 조세부담으로 제품 생산비용 증가뿐 아니라 정유업계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조세부담 증가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유류세 인상시, 저소득층의 직접세 대비 유류세 조세부담률을 고소득층 대비 6배 증가시켜 저소득층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019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직접세 대비 유류세 비율은 82.4%로 소득 5분위 가구의 13.7% 대비 6배 높았다. 유류세가 10% 인상되면 직접세 대비 유류세 비율이 소득 5분위 가구는 1.4%p(13.7%→15.1%) 증가에 그치는 반면 소득 1분위 가구는 8.2%p(82.4%→90.7%)가 증가해 서민 가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제품 생산비용 증가에 따라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탄소세 도입시 수출 경쟁력 약화 및 수출 하락을 초래할 수 있어 국가 수출에 이바지하고 있는 업계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외 또는 유상할당 대상에서 제외 등 탄소 규제에 대한 혜택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국민 경제 피폐 및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탄소세 또는 경유세 인상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유류세 부담 증가시 증세 논란 뿐만 아니라 생계형 화물차와 경유차 운전자 중심의 강한 조세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시 휘발유 경유 뿐 아니라 모든 화석연료(유연탄, LNG, 도시가스 등)의 탄소 함량 또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동등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발전용 유연탄 및 LNG에도 개별소비세가 과세되고 있지만 국내 에너지 세수의 80% 이상이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연료에 집중되어 있어 에너지간 조세 불균형 해소를 위한 에너지세금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유류세 체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수송용 유류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가 같이 부과되는 등 세금체계가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탄소세 도입시 기존 유류세 체계의 간소화 및 세금 목적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교통세와 탄소세로 구분하고 교통세의 경우 운행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교통 인프라를 사용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게도 부과하는 등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세금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도 에너지 세제, 부담금, 배출권거래제를 모두 재검토해 새로운 세금 체계를 재구축 한다고 밝힌 만큼 기존 배출권거래제 대상 산업이 탄소세 등 추가 조세 부담으로 산업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유산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만큼 탄소세 도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기업의 환경비용 부담 증가, 소비자에 대한 부담 전가로 탄소세를 다시 없앤 사례도 있다. 호주의 경우 2012년 7월 탄소세를 신설했지만 부담 확대로 시행 2년만인 2014년 7월 탄소세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친환경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녹색경영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새해 경영 화두를 탄소중립(넷 제로)으로 정하고 배터리 등 소재 사업 투자 가속화, 넷 제로 정유공장 추진 등 탄소중립 세부 실행 방안을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S-OIL)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해 사우디에서 생산한 블루 암모니아를 국내에 공급하는 등 수소 공급망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을 시작하고 첫 번째 단계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t을 여수공장 고도화 시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실증사업 결과를 활용해 오는 2024년 가동 목표로 연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모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2050년에는 지난해 대비 약 70% 수준으로 단소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은 국내를 벗어나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도 앞다퉈 추진하는 부분"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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