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중립'으로 낮춰… "수익성 낮아"반도체 수급 난 속 원재료값 상승 걸림돌 긍정 목소리도… 260조 수주잔고 등 성장성 높아
  •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코스피 입성과 동시에 단박에 삼성전자에 이은 시총 2위에 올랐다. 

    LG화학 내 2차전지(배터리) 사업부로 있다가 독립한 LG엔솔은 시가총액 110조원짜리 거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LG화학 시총이 6위권이었는데, 떨어져 나온 회사가 2위를 차지하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14일 기준 LG엔솔의 시총은 108조3420억원으로 삼성전자(439조9730억원)에 뒤를 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LG엔솔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낮은 수익성과 높은 밸류에이션은 고민거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엔솔의 지난 4분기 매출액 4조4400억원, 영업이익 757억원, 영업이익률 1.7%를 각각 기록, 시장의 추정치 및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공급 차질, 각종 메탈 등 원재료 가격 인상, 리콜 물량 생산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 등이 수익률 하락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고객사들의 반도체 수급 이슈가 매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윤 연구원은 지적했다. 단 얼티엄셀즈 1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내년부터 매출 성장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 급등으로 촉발된 2차전지 소재 가격 상승(리튬·코발트·니켈·전해질 등)에 따라 셀 업체인 LG엔솔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구리(LME)시세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는 판가에 전가가 가능하겠지만 분리막, 전해액 등과같은 제품은 실시간 가격 전가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LG엔솔의 올해 영업이익률을 전년 4.3%(일회성 제외시 5.1%)보다 낮은 4.0%로 추정했다. 

    윤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수익성에서 열위에 있어 이제는 오히려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보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은 LG에너지솔루션이 44.1배, CATL은 30.4배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내년 이후 성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상승 국면인 올해 LG엔솔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밸류에이션은 고민거리"라며 "목표주가에 도달해 목표주가는 유지하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비판 일색이다. 

    홍콩계 증권사인 CLSA가 매도 리포트를 내놓았다. 주가 상승의 걸림돌의 기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CLSA는 LG엔솔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도로 바꾸고 목표주가는 45만원을 유지했다. 

    켄신 CLSA 연구원은 "꾸준한 전기차 배터리 판매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동차 칩 부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은 예상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LG엔솔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자동차 회사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보유한 배터리 제조사이지만 중국 CATL보다는 덜 매력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 부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년 이후 성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며 적극 매수 리포트도 나왔다. 

    목표 주가를 보면 ▲한국투자증권 60만원 ▲메리츠증권 61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63만6000원 ▲현대차증권 64만원 등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소 올 상반기까진 차량용 반도체칩 수급 이슈가 존재하고 리콜 물량 대응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매출액 증가는 미국 공장의 본격 가동 시점인 내년부터 진행되고 260조원 이상에 달하는 수주잔고, 2025년까지의 생산능력 증가, 다수 OEM들과의 JV(합작법인) 협상 등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 성장 가시성이 명확하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만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통형 전지는 예상보다 출하량이 증가했다. 작년 40기가와트(GW)에서 올해 60GW, 2023년 80GW까지 생산능력(CAPA)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익 성장을 이끌 전망"이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가 연중 4680원통형 전지를 탑재한 '모델Y'를 양산할 계획인 만큼 회사의 원통형 전지 증설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상장을 통해 LG엔솔은 약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능력을 확대하고 차세대 전지를 연구개발(R&D) 하는 등 등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 LG엔솔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북미 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오는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유럽 및 중국 생산공장에도 각각 1조4000억원,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