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빙과4사에 1000억대 과징금 철퇴'가격 정찰제' 도입 추진했던 업계 이유는'오픈 프라이스'로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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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빙과 4사가 4년간 가격 담합을 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나왔다. 특히 제조사들이 추진을 원했던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를 '담합'으로 보면서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는 '담합의 결과'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빙과류 제조·판매 사업자인 빙그레, 해태제과식품(해태제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주 등 5개사와 부산 소재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 등 3개 유통사업자(대리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5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본 것은 지난 2016년 2월 15일부터 시작된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 제조사가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의 기본합의부터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가격·판매가격 인상 합의 등이다.

    여기서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업체들이 '가격정찰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2018년 1월경 4개 제조사들은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 홈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정찰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는 담합이라 말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정찰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제조사들이 왜 가격정찰제를 시행해야 했을지를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국내 빙과 제품이 다른 제품군과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이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탄생은 빙과제품 가격 책정 방식에서 출발했다.

    국내 빙과제품의 가격은 제조사가 아닌 소매점이 정하는 '오픈 프라이스'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동네슈퍼마켓 등이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니 빙과업체들은 저가 납품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최대 80% 할인까지 내세운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빙과업체들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가격정찰제는 제조사들이 '제값'을 받겠다는 최소한의 요구였던 셈이다. 만드는 사람은 원치 않는 '반값 할인', '80% 할인'을 바로 잡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격정찰제=가격 인상'이라는 인식이 이미 뿌리깊게 박힌 상태인만큼 제조업체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롯데푸드가 콘류 등에 정찰제를 도입하자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가격정찰제=담합'이라는 오명까지 더해지면서 제조업체들이 '제값'을 받겠다는 시도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물론, 대규모 기업이 모여 '협의'라는 명목으로 소비자 가격을 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자체가 담합이라고 말한다면, 국내 빙과업계를 또 다시 적자의 늪으로 밀어넣는 꼴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가 담합은 아니다. 수익성 악화를 이기지 못한 빙과업체들이 모여 '담합일지도 모를' 정찰제 도입을 시행한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빙과시장의 유통, 가격 결정 구조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