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폐자원' PE·PET·PP 등 급증롯데케미칼·LG화학 "2024년 공장 신설"SK지오센트릭, 美기업과 울산 재활용 공장 건설나서
  • ▲ '스카이펫(SKYPET)-CR'로 제작한 화학적 재활용 생수병.ⓒSK케미칼
    ▲ '스카이펫(SKYPET)-CR'로 제작한 화학적 재활용 생수병.ⓒSK케미칼
    "생산단가 올라가도 재활용 플라스틱 만들어야죠."

    석유화학업체들이 앞다퉈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LG·SK 등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미래 가치를 눈여겨 보고 관련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어서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사용 후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재활용 기술 발전 속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쓰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원재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가격은 급등세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 자체가 뛴 탓도 있지만, 이와 함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폐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22일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당 271.1원이던 압축 폴리에틸렌(PE) 전국 평균 가격이 올해 1월 428.3원을 기록했다. 1년 새 가격이 57.98% 올랐다.  

    같은 기간 압축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가격은 211.5원에서 352.1원으로 66.47% 급등했다. 압축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1년 동안 241.4원에서 398.1원으로 64.91% 상승했다.

    수거된 플라스틱을 정육면체 형태로 찌그러뜨린 압축 폐플라스틱 가격이 껑충 뛰면서 이를 분쇄해 세척·건조한 1차 가공물인 재생 플레이크(flake) 가격도 비슷한 상승률로 올랐다. 

    화학업계는 재생 플라스틱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페트 등 4종의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했고, 내년부터는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로 대상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오는 2025년까지 7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국가 간 폐기물 수출입을 막는 바젤협약도 발효됐다.
  • ▲ '스카이펫(SKYPET)-CR'로 제작한 화학적 재활용 생수병.ⓒSK케미칼
    업계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 씻은 다음 녹여 다시 사용하는 물리적(기계적) 방식에서 나아가 아예 최초 플라스틱 원재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으로 재활용 사업을 키우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폐의류, 유색 저품질 페트 등을 모두 모아 분쇄한 후 화학 작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방식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 회사측의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까지 11만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을 신설한다. 더 나아가 오는 2030년까지 화학적 재활용 패트 생산량을 연 34만톤 규모로 늘려 기존 울산 페트 공장 전체를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0년 90만톤에 그친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410만톤으로 4배 이상 성장이 예측된다.

    롯데케미칼만이 아니다. LG화학도 2024년 상반기까지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연간 2만톤 규모로 건설한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하는 재생 연료로,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무라 테크놀로지와 협업한다.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도 미국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2024년까지 울산에 폴리프로필렌(PP)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재생 PP를 연 6만톤 가량 생산하며 SK지오센트릭은 이 재생 PP를 국내 독점 판매하게 된다.

    SKC와 SK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의 경우 국내외 식음료병과 식품 포장 필름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섬유 용도, 배달 용기로도 활용할 수 있어 매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은 화학적 재활용 관련 투자를 확대 중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 비중도 지속 상승이 예상된다"며 "주요 화학 제품은 kg당 2kg~5kg Co2가 발생하는데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서 약 50% 절감 효과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감축 효과를 100% 인정 받는다고 가정 시, 이는 탄소 배출권 중 상쇄배출권(KOC)로 환산 가능할 것"이라며 "현 KOC 가격은 톤당 약 3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환율 1200원 적용 후 프리미엄 산정 시 평균 톤당 30달러~40달러가 기대된다고 박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