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종 사장 "내가 모르는 브랜드를 가져와라"에·루·샤 없이 MZ세대 공략 성공'1조 클럽' 3년 내 달성 기대도… 최단 기록 경신할 듯
  • ▲ 더현대 서울.ⓒ현대백화점
    ▲ 더현대 서울.ⓒ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6년만에 선보인 신규점 ‘더현대 서울’에서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오픈 만 1년만에 매출 8000억원 돌파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백화점 신규점 흥행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이른바 ‘에·루·샤’로 대변되는 명품브랜드의 입점 없이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기록을 세운 것. MZ세대를 사로잡은 현대백화점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6일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만 1년만에 단일점포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매출이 만 1년만에 8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백화점 중 가장 빠르게 매출 1조원 클럽에 오르는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라며 “기존 백화점의 공식을 뒤집는 백화점 흥행의 새로운 공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더현대 서울’의 흥행 배경에, 지금 백화점의 가장 큰 매출 공신이 된 명품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른바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입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품 대신 ‘더현대 서울’은 과감하게 MZ세대를 겨냥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더현대 서울’의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MD 조직에 “내가 모르는 브랜드를 가져와라”라고 주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본부장을 거쳐, 패션업체 한섬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온 그가 모르는 브랜드를 찾는다고 관련 조직은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은 MZ세대에게 ‘더현대 서울’이 핫플레이스가 되는 배경이 됐다. 지하의 ‘아르켓’ 매장이나 ‘번개정터 랩’부터 ‘고아웃’ 등 MZ세대가 좋아할 의류, 인테리어, 식당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했다.

    ‘백화점에는 창문이 보이지 않게하라’는 기존 매장의 불문율도 ‘더현대 서울’에서는 깨졌다. 기존에 없던 자연채광을 위한 천정이나 점포 내 정원을 조성한 ‘사운즈 포레스트 가든’도 ‘더현대 서울’에서 새롭게 시도된 시도다. 이는 현대백화점이 영업면적 중 매장 면적을 과감하게 50% 미만으로 결정하면서 가능해졌다. 통상 백화점의 매장면적은 전체 영업면적의 70%에 육박한다. 

    이런 시도는 MZ세대로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인스타그램에서 ‘#더현대 서울’의 헤시테그를 단 게시물은 이날 기준 27만건에 달할 정도.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영업면적을 줄인 이후 오히려 매출이 상승하는 것에 다른 경쟁사 신규점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백화점 신규점은 공간의 활용과 쾌적함, 휴식공간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현대 서울’의 흥행이 본격화되면 백화점업계의 기록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기록은 판교점이 출점 5년 4개월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최단기간 ‘1조 클럽’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대구 신세계가 4년 9개월만에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하면서 이를 깬 상황. 하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더현대 서울’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3년 이내에 가능하리라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