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KB·NH·신한 등 최근 신용융자 이자 잇따라 인상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미미…여전히 ‘제로’ 수준신용융자 규모 21조원…고금리 이자놀이 비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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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최근 신용융자 이자율을 줄줄이 올린 가운데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번에도 제기되고 있다.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최소 0.2%에서 최대 1%가 넘는 신용융자 이자율 인상을 결정했다.NH투자증권은 지난 7일부터 QV와 나무계좌의 15일 이하의 구간별 신용융자 이자율을 0.2%포인트 인상했다.KB증권은 이에 앞서 이달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구간별로 0.3~0.5%포인트 높였다. IBK투자증권도 지난달 21일부터 모든 구간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5%포인트 인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구간별로 최대 0.65%포인트까지 인상하기로 했다.신한금융투자는 오는 14일부터 구간별로 기존보다 최대 1.6%포인트가량의 이자율을 올린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이달 18일 매수체결분부터 구간별로 0.4~0.5% 인상된 이자율을 적용한다.이처럼 증권사가 이자율을 높이게 된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0.75% 인상한 만큼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하면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문제는 증권사가 고객에 지급하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의 인상 폭이 신용융자 이자 인상률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예탁금 이용료율은 고객이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고 돈을 넣어두면 얻을 수 있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은행의 예금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최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을 결정한 증권사들의 고객예탁금 이용률은 1억원 기준 ▲NH투자증권 0.3% ▲IBK투자증권 0.25% ▲한국투자증권 0.25% ▲하이투자증권 0.2% ▲KB증권 0.15% ▲신한금융투자 0.1%다. 대부분 사실상 제로금리 이용료율을 기록하고 있다.예탁금이 많다고 예탁금 이용료율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100만원 미만부터 10억원 이상까지 동일한 이용료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용료율 인상 자체를 시행한 증권사도 많지 않다. 실제 올해 들어 현재까지 예탁금 이용료를 인상한 증권사는 고작 3곳에 불과하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만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렸다.KB증권의 경우 지난 1월 0.1%에서 0.15%로 이용료율을 0.05%포인트 인상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달 0.1%에서 0.25%로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을 0.25%로 결정하며 기존보다 0.1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까지 0.5% 수준이었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근 1.25%까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가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되자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이 발 빠르게 정기예금 금리와 보험상품 예정이율을 인상한 것과 비교했을 때, 증권사들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나 한국증권금융 제공이율에 연동해 결정된다”라면서도 “이용료율이 아직 금리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이어 “증권사가 다른 담보대출 대비 높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용융자 잔고가 2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용거래에는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예탁금 이용료율은 0%에 가깝게 유지하는 점은 과도한 이자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이용료율과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음 분기 각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