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어 美 휘발유 가격 사상 최고치 韓-뉴질랜드 유류세 인하 통해 소비자 부담 완화OPEC 증산 회의적… '국제유가 150달러' 돌파 전망도
  •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거침없이 치솟자 국내외 석유제품 가격도 사상 최대를 연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물가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한 것은 물론 6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5.28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구 4000만의 캘리포니아는 경제 규모가 2조5000억 달러나 되며,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가 있는 창의성과 혁신의 중심이다. 

    미국 전체 휘발유 평균 가격은 4.35달러로 이는 사상최고치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갤런당 6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야후 파이낸스는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지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상승세가 지속돼 소비자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지난 2월 CPI는 7.9%를 기록하며 40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갤런당 6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야후 파이낸스는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도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천원선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의며 이달 둘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97.6원 오른 리터당 1861.6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평균가격은 1800원대지만 서울은 2000원, 전국 기준으로는 1900원을 넘어선 상태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은 것은 2013년 10월 셋째 주(1902.5원) 이후 약 8년5개월 만이다. 만약 전국 기준으로도 2천원을 넘으면 2012년 10월 넷째주(2003.7원) 이후 약 9년5개월 만의 기록이 된다. 경유 판매 가격도 전주보다 118.7원 상승한 1710.0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글로벌 국가들은 유류세 인하 등 대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앞으로 3개월간 유류세를 리터당 25 뉴질랜드 센트(약 210원) 내리기로 했다. 또 같은 기간 대중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뉴질랜드의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15%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뉴질랜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망치인 연 7%를 넘어 연 8%를 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리나라도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했다. 일각에선 유류세 인하율을 3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인하폭을 늘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제품이 크게 상승한 이유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불을 지폈다. 글로벌 석유생산 및 재고가 줄어들면서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에 반발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석유수입 급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 중단을 발표했고 이후 미 하원은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전체 원유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3%에 해당한다. 

    지난 4일 기준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186.3만 배럴 감소했는데, 이는 당초 시장 예상(65만7000 배럴 감소)을 상회하는 감소폭이다. 휘발유와 중간유분재고도 140만5000 배럴, 523만 배럴 감소했으며, 특히 중간유분 재고는 수요 개선과 유럽에 대한 수출 급증으로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영국도 올해 말까지 러시아 석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유럽연합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2027년까지 점진 축소해 완전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쉘과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러시아 석유 신규 구매 중단 방침 발표한 바 있다.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러시아 원유·가스 수출 제재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투기적 매수 포지션 등에 따라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대(對) 유럽 석유·가스공급 차질이 일어나면 국제 에너지시장 불안, 가스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감까지 낮아지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시장에서는 지난 10일 회원국들의 증산을 독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석유수출기구(OPEC) 주요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180도 달라진 입장 내놓자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든 상태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UAE 주미대사는 대사관 트위터에 "UAE는 원유 증산을 바란다"며 "석유수출기구(OPEC)에 증산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UAE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알 마즈로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UAE는 OPEC+이 석유 시장에 가져다주는 가치를 믿는다"며 "UAE는 OPEC+ 합의와 기존의 월별 생산량 조정 계획을 준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월 중 미국과 유로 지역의 소비자물가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했고 미국의 경우 1982년 2월 이후, 유로 지역은 1997년 통계 작성 이래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에너지 관련 품목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 가운데 자동차·주거비·의료서비스·식료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올해 2월 중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2.7%를 기록했다”며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