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TB 등 잇따라 자본 확충 나서…실탄 쌓기 집중BNK·IBK 등 자기자본 1조원 돌파…중형사 자본력 갖춰 올해 거래대금 감소 따른 리테일 이익 하락 불가피 자본 적극 활용한 IB 수익 통해 타개책 마련할 전망
  • 지난해 기록적인 호실적을 등에 업은 국내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을 통한 외형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리테일 부문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력을 활용한 기업금융(IB)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달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농협지주가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계획한 총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먼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증자를 통해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2397억원으로 확대된다. 한국투자증권(7조1510억원)을 제치고 미래에셋증권(10조6135억원)에 이은 업계 2위 수준으로 올라선다. 

    KTB투자증권 또한 최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4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우선주 955만2235주가 신주 발행된다.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이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한투캐피탈, OK저축은행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올해 상반기 중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 앞서 지난 2020년 2003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1조원대로 끌어올린 하이투자증권은 2년 만에 추가로 자본을 확충했다. 

    꾸준히 몸집을 불린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1조원’ 대열에 새로 합류한 곳도 있다. IBK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말 중형 증권사 기준인 1조원을 돌파했다. 통상 자본금 1조원은 소형사와 중형사를 구분 짓는 경계점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이유는 올해 이익 규모가 지난해 대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식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리테일 부문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증권사들은 자본력을 백분 활용한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올해 1분기는 금리 및 지수 변동성까지 확대돼 트레이딩 수익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에 따라 1분기 실적은 지난 4분기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커버리지 5사(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의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간 덩치를 키운 증권사들은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공개(IPO) 등 IB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당히 선전했던 IB 수익은 올 1분기에도 양호할 전망”이라며 “특히 국내 PF 거래가 꾸준히 있어 부동산 관련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IB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 I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IB 부문을 IB1 부문과 IB2 부문으로 나누는 등 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IB총괄을 IB1과 IB2 복수로 운영해 사업영역별 전문 역량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NH투자증권은 IB1사업부 대표인 윤병운 부사장과 IB2사업부 대표인 최승호 부사장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중개 및 운용 부문 이익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올해 외부 시장 영향이 적은 IB 부문 영업에 집중할 가능성 높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과거 대비 늘어난 자본력을 활용해 IB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해외 대체투자, 비주거용 부동산 관련 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