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마무리 과정서 역할론 ‘충족’… 국민연금 개혁 ‘미흡’ 과거 기고한 칼럼·대리 농작·재산 신고 등 연일 ‘잡음’의료계 내부에선 ‘적임자’ 평가… 보건부 독립 필요성 제기
  •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작성한 칼럼이 발목이 잡았고 경북대병원장 재직 시절 3년간 재산이 20억원이 늘어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농지 대리 경작 의혹도 불거졌다. 

    잇단 논란에 가려졌지만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인 탁월한 리더십과 위암수술 권위자라는 경력은 보건분야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인 연금개혁 문제에 있어서는 거리감이 있다. 복지영역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 발목 잡은 3개의 칼럼… “대단히 죄송” 

    정호영 후보자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의창’이라는 코너에 칼럼 62개를 기고했다. 여기서 3개의 글이 논란이 됐다. 

    먼저 ‘출산 애국’이라는 주장이 담긴 2012년 10월의 글에서는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가 있고, 출산까지 연결된다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며 “만일 셋 이상 다산까지 한다면 위인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표현했다. 

    노르웨이 연구 결과와 폐암 환자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독신자보다 오래 산다는 미국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결혼, 출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등 인구·가족 정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3년 11월 기고한 ‘3M(미터)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의료인이 성추행 고발을 당하면 10년간 취업·개설을 제한하도록 하는 법률과 관련 의사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이 반발했는데 이에 동조하는 글을 올린 것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이다. 

    그는 “애당초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칼럼을 실었다.

    2010년 12월에 발행된 ‘디지털 사진’에서는 병원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던 중 응시자의 사진과 실제 인물이 판이했다는 경험을 소개하면서 남성보다 여성 응시자가 사진 보정을 더 많이 한다고 일반화했다.

    정 후보자는 과거 칼럼 논란에 대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일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대체로 위치에 걸맞지 않은 발언 수위가 기름을 부은 셈이다. 

    ◆ 경북대병원장 재직시절 재산 20억↑… “신고 재산내역 착오” 

    정 후보자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경북대병원장 재직 시절 재산이 20억원이 늘어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복지부는 그가 신고한 재산 내역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병원장 취임 3개월 후인 2017년 11월 재산 56억3745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재산을 신고한 현직 공직자들 가운데는 재산 액수가 가장 많았다.

    정 후보자는 이듬해인 2018년 3월29일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2017년 말 기준)에서는 종전보다 8억4490만원이 줄어든 47억9254만원을 신고했다. 이후 2020년 11월 퇴직자로서 신고한 재산은 67억5605만원이었다.

    이를 근거로 정 후보자가 병원장 재임 시절 재산이 20억에 가까운 19억6351만원이 불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복지부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신고시스템으로 일괄 조회된 금융계좌 중 이미 해지된 2건(6억1948만원)을 현존 계좌로 착오해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를 반영하면 정 후보자의 재산은 2017년 대비 2020년 14억5830만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11억3501만원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액 증가분, 3억원은 예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정 후보자의 2020년 11월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그는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에 논(답) 1571㎡, 산동면 적림리에 논 3117㎡와 밭 562㎡를 갖고 있었으며 실제 농사짓지 않는 땅을 소유했다는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문중의 토지와 관련된 일로, 너무 오래돼 저도 상황 파악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대구 남구에 아파트 1채와 수성구에 근린생활시설 건물 2채를 갖고 있다. 자동차는 2002년식 SM5와 배우자 명의로 된 2010년식 E300, 2019년식 카이엔 등 3대를 당시 신고했다.

    ◆ 방역정책+임상현장 아우르는 보건 전문가, 연금개혁은 ‘미흡’

    과거 작성한 칼럼과 재산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며 자질론에 의심을 받고 있지만,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은 남달랐다는 게 동료의사들의 전반적 평가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국 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던 시기, 경북대병원장이었던 그는 방역 현장을 지휘하면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치료센터’ 도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소위 K방역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던 ‘드라이브스루 검사’ 역시 그의 고민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후보자는 외과 전문의로 임상현장에서 수많은 환자와 맞대며 위암수술의 권위자로 불린다. 실제 지난 1998∼2016년까지 ‘위암수술 3000회, 수술사망률 0%’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방역정책과 진료영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 보건의료제도 설계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것이 의료계 평가다. 

    대구경북지역 근무 의사는 물론 상급종합병원 교수, 의협 등 의료단체 역시 “임상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제도를 구축하는데 탁월한 전문성을 갖췄다”면서 “감염병 대응을 마무리 짓고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병인 수도권 쏠림 및 전달체계 개편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보건부 독립시 수장을 맡았다면 탁월한 업무능력을 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는데 이 분야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연금 개혁은 난이도가 높다. 국민이 내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기존 직역연금과 달리 성인 대부분이 대상인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가 아니라면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도화된 정무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앞서 2007년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이 벽에 부딪히자 사퇴했다. 유 장관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년간 점진적으로 12.9%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의사출신 장관을 필두로 국민연금 개혁을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인수위는 차관에 해당 분야로 전문가를 임명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난항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