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넘어 예방·관리까지 … 제약사, 디지털헬스케어 확장병상 단위 구독모델 주목 … 장기·반복적 수익원으로 부상고령·만성질환 환자 증가에 따라 지속적 관리 필요성 확대의료AI·환자데이터 경쟁 본격화 … 맞춤형 서비스 연계 전망
  • ▲ 부산백병원 스마트병동에 설치된 '씽크(thynC)' 중앙 모니터. ⓒ대웅제약
    ▲ 부산백병원 스마트병동에 설치된 '씽크(thynC)' 중앙 모니터. ⓒ대웅제약
    의약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춰온 전통제약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단순한 신사업 추진을 넘어 환자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형 헬스케어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자 증가로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의료진 부족 문제가 병원 현장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웨어러블 기반 환자 모니터링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기존 병원 영업망과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을 의료 현장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씨어스, 동아에스티와 메쥬, 유한양행과 휴이노 등 국내 제약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 기기·솔루션 기업들과 손을 맞잡고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씨어스와 손잡고 입원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thynC)'를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씽크는 심전도, 산소포화도, 체온, 혈압 등 환자의 주요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전자의무기록(EMR)과도 연동된다. 별도의 휴대 단말기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병동에 설치된 고정형 데이터 수집장치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웅제약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실적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관련 사업 매출은 50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 수준으로 확대됐다. 키움증권은 올해 해당 사업 매출이 125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씽크는 지난해 기준 1만2000병상 규모로 공급됐다. 씨어스는 올해 3만 병상 추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병원 시스템에 한번 도입되면 쉽게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반복 매출 구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앞으로의 의료 패러다임은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예방, 예측, 정밀, 참여를 중심으로 한 4P 의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AI와 디지털헬스케어가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도 디지털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22년 메쥬와 웨어러블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 진출했다.

    하이카디는 실시간 심전도, 심박수, 호흡수, 피부온도, 산소포화도 등 환자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온디바이스 연산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응급 상황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끊기지 않는다.

    현재 하이카디는 전국 730개 병원에 공급됐다.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2689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1837대)을 이미 넘어섰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의약품을 넘어 예방·진단·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치료 중심의 제약사를 넘어 예방, 진단, 관리까지 아우르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도 휴이노와 협력해 스마트 AI 원격측정신호(텔레메트리) 솔루션 '메모큐'를 공급하고 있다. 메모큐는 입원 환자의 심전도와 호흡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공급을 시작하며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유한양행은 미국법인 유한USA를 통해 휴이노와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기존 의약품 사업과 달리 반복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약품은 특허 만료와 약가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만 디지털헬스케어는 병원 시스템에 한번 도입되면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병상 단위 계약이나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에도 유리하다. 실제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되는 만큼 한번 도입된 플랫폼은 교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디지털헬스케어가 제약사들의 새로운 플랫폼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시장 확대에는 의료 AI 확산과 데이터 기반 의료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로 지속적인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상 징후 감지가 가능한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병원 영업망과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제약사가 의료기관 대상 영업·마케팅을 맡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AI 기반 환자 데이터와 연계됨으로써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제약사들이 의약품 중심으로 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로는 환자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의료 현장과 긴밀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는 단순 부가 사업이 아니라 미래 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며 "향후에는 환자 데이터 기반의 질환 관리와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형태의 사업 모델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