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논란, 신검 당시 ‘MRI’·5년간 15만원 진료비 쟁점자녀 의대편입 의혹, 전국 의대 전수조사 요구로 번져윤 당선인 지지율 하락의 원인, 부실인사 파동의 중심
  • ▲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기륭 기자
    ▲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기륭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내달 3일로 정해진 가운데 그때까지 과연 사퇴 없이 버티기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부실인사 파동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며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없었더라도 국민연금 개혁 등 분야에서 취약한 지점이 존재했고, 대체가 가능한 인물이 많은 상황이라 신속히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병역 논란, 진단서만으로 의혹은 풀리지 않아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아들의 척추질환 상태에 대해 재검사를 받은 결과, 4급 판정 사유에 해당하는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무기록과 진단서가 그 증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아들의 MRI 자료를 직접 내놓지 않으면서 병역 특혜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측은 ‘신체 내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MRI 원본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형외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영상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진단서로 판단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단명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지만 당시의 척추상태가 드러나야 오해가 풀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쟁점은 5년간 15만원 불과한 진료비다. 그만큼 병원 방문 횟수도 적고 소위 ‘보존적 치료’도 유지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과연 보충역 판정을 받을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신검 판정의 출신 한 전문의는 “척추협착이나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신검 과정에서는 얼마나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도 중요하게 본다”며 “진단서를 받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실제로 질환으로 인한 증세가 나타났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로얄 의대편입… 전국 의대 전수조사로 번지나  

    최대 쟁점은 의대 편입 과정에서 발생한 소위 ‘로얄 혜택’에 대한 문제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이었던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과 관련 어떤 청탁도 한 적 없고 심사위원들과 선후배 관계인 것은 경북대 의대 출신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대병원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보자와 심사위원장의 친분 등이 알려지며 ‘공정한 심사’가 가능했을지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면접 전 심사위원들은 이미 수험생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 평가위원이 수험생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졌다는 정 후보자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또 아들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2편 이 함께 일한 연구원의 학위논문을 짜깁기했다는 의혹도 있다. 아들의 의대 편입학을 위한 ‘스펙 쌓기’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지점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경북대학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고 교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을 파악하기 위해 구성된 TF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거나 입장을 표명하는 공식기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의대 교수 자녀의 동일학교 편입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존재하지만, 일반인과 다른 로얄의 혜택에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10개 국립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2015년~2020년) 의대 학사 편입생 중 부모가 같은 의대 교수인 경우는 정 후보자 자녀 2명을 포함해 총 8명이다. 학교별로 서울대 1명, 부산대 3명, 충북대 1명, 경북대 2명, 경상대 1명이었다. 

    신 의원은 “지난 6년간 10개의 국립 의대 학사 편입생 부모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학생의 부모가 같은 의대 교수인 사례는 총 8명, 그 중 두 자녀가 (부모가 있는 의대에) 편입한 경우는 정 후보자 딸과 아들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 대상과 기간, 범위를 사립대까지 확장시키고 학사 편입 외 기존 일반 편입까지 확대하는 등 정부와 협력해 현황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호영 후보자의 정면 돌파 전략의 불똥은 의대 교수 자녀의 입시 공정성 시비로 번지고 있다.

    ◆ 부실인사 파동의 주인공, 지지율 하락… 경찰 수사 개시 

    자녀 의혹뿐만 아니라 과거 ‘출산 애국’ 칼럼을 시작해 농지법 위반, 코로나 상황 속 법카 사용 정황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관의 정무 능력을 평가하기 전에 이미 도적, 윤리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결국 새 정부의 ‘부실인사 파동’의 주인공이 됐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1일 윤 당선인의 현재 국정 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잘 못하고 있다’가 45%, ‘잘하고 있다’는 42%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 대비 긍정률은 8%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은 3%포인트 상승했다.

    윤석열 당선자 부정평가 이유는 인사 26%(13%p 상승)가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집무실 이전 21%(22%p 하락), 독단적·일방적 9%(4%p 상승), 소통 미흡 7%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 자녀 특혜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도 개시됐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5개 단체가 정 후보자와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수사와 더불어 교육부 감사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현재 경북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교육부에 직접 감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