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4월 소비자물가 동형…4.8%↑, 금융위기 이후 최고4% 진입 한달만에 5% 근접…유가상승에 수요회복 겹쳐전기세 인상도 한몫… 유류세 인하폭 30% 확대, 체감 '미미'농·축·수산물 오름폭 다시 커져…근원물가 3.6%↑, 4%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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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물가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8%까지 치솟았다. 전달 4%대에 진입하자마자 한달만에 5%대에 다가섰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고 전기세 인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소비자물가 5개월새 3%대 고공행진3일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8%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지난 3월 4%대로 진입했고 전달 4% 후반까지 뛰었다.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상승했다. 석유류는 34.4%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휘발유(28.5%), 경유(42.4%), 자동차용 LPG(29.3%), 등유(55.4%)가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12일부터 유류세를 20% 내렸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 심화로 석유류 가격이 뛰었다. 전달과 비교해선 4.0%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7.8% 올랐다.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부가가치세 10% 포함)가 ℓ당 656원에서 573원으로 줄었다. 연비가 ℓ당 10㎞인 휘발유 차량을 매일 40㎞씩 운행하는 소비자라면 한달에 1만원쯤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석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체감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가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해 "유가 상승기에 시행되면 국민이 체감하는 정도가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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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도·가스는 전기료 11.0%, 상수도료 4.1%, 도시가스 2.9%가 각각 올랐다. 전기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올리면서 반등해 7개월째 상승했다.한전은 지난 3월29일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하지만 전기료를 구성하는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와 기후환경요금의 인상이 이미 결정된 상태여서 2분기에도 전기료가 6.9원 오를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과 오는 10월 2회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지난달부터 2원 올랐다.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1.9% 올랐다. 수입쇠고기(28.8%), 돼지고기(5.5%), 포도(23.0%), 닭고기(16.6%), 참외(17.2%) 등이 상승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0.5% 상승했다. 식탁물가를 자극하던 농·축·수산물은 한동안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7.8%, 올해 1월 6.3%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다 2월 1.6%, 3월 0.4%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으나 지난달 다시 반등했다.3.2% 상승률을 보인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7%)보다 개인서비스(4.5%)가 많이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외래진료비(2.3%), 국제항공료(16.2%)는 오르고 유치원 납입금(-18.6%)과 부동산 중개수수료(-7.7%)는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국제항공료가 크게 오른 게 눈에 띈다.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10.3%)와 생선회(외식·10.9%), 치킨(9.0%)이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31.3%), 가전제품 렌털비(-5.9%), 자동차보험료(-1.3%), 햄버거(-1.5%)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상승폭이 가장 높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집세(2.0%)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8%)와 월세(1.0%)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24개월 연속, 월세는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세는 지난 3월 오름폭이 0.1%포인트(p) 내린 후 지난달 제자리걸음 했고, 월세도 지난달 23개월 만에 0.1%p 내려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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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4.9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4개월째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오름폭도 커졌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4.11로, 지난해보다 3.1% 올랐다.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다 3%대에 진입했다.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8.49로,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2008년 8월(6.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식품(5.4%)과 식품 이외(5.9%)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5.1% 상승했다.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0%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2.2%)와 신선과실(7.2%)은 올랐고, 신선채소(5.5%)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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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 안정 총력… 할당관세·비축유 방출 등 확대"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요 선진국 물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영향 등으로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 폭이 가격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게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정부는 물가 충격을 줄이려고 주요 원자재·곡물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대체 사료인 겉보리 등의 할당량 확대, 비축유 723만 배럴 추가 방출, 호주산 유연탄 수입 비중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다.홍 부총리는 "생활물가 차원에서 정부의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 개정과 함께 보험업계도 자동차 보험료를 1.2∼1.4% 내렸다"면서 "원자재 수급 부담 완화를 위해선 납사 조정 관세와 고부가 철강제품 페로크롬 할당 관세 인하도 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