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기준시간' 설정 약관법상 위배'실제 손해' 기준 배상 없어 실효성 의문"주식거래, 병원 진료 등 순간의 통신장애도 피해 심각"
  •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통신장애 손해배상 개정안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개정안이 통신사들의 이익 보호에 치중돼 소비자들의 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방통위에 따르면 최근 이통 3사의 손해배상 기준을 강화한 이용약관 개정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25일 발생한 KT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 사고의 후속 조치다.

    변경된 이용약관을 보면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전화 서비스 제공이 연속 2시간 이상 중단되면 해당 서비스 장애시간 요금의 10배를 배상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연속 3시간(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서비스 중단 시 초고속인터넷 분야는 해당 서비스 요금의 6배, 이동전화 분야는 8배 상당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통신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 이용자의 신청이 없어도 다음 달에 자동으로 요금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했다. 요금반환은 통신서비스 중단 일수에 따라 월정액 요금의 일할기준 금액을 반환하거나 감면해 부과해야 한다.

    방통위는 개정안이 통신서비스 제공 중단 시 소요되는 복구 시간, 전기통신사업법 규정과의 정합성, 국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서비스 제공 중단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해 폭넓은 배상이 이뤄지도록 기준 금액을 대폭 확대했다는 것.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이용약관에 여전히 손해배상 기준시간을 설정하고, 실제 손해를 기준으로 배상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연속 2시간으로 통신피해에 대한 기준시간을 설정하고, 손해배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약관법상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가령 주식거래나 병원 진료 등은 단 1분의 통신장애로도 피해가 심각해진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통3사 통신장애 손해배상 관련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최소한 연속 10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30분을 초과한 경우로 개정하고, 단순 통신요금 감면이 아닌 직간접적으로 실제 발생한 손실을 제대로 보상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소비자의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통3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이용약관을 보면 통신사에 통지한 시간 혹은 통신사에서 인지한 시간을 기준으로 연속 2시간 등을 계산한다. 해당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9분간 발생한 KT 네트워크 장애 사고는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장애시간 요금의 10배 금액 배상 역시 이용 요금에 대한 형식적인 반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월 5만원의 요금제를 쓰고 있던 소비자가 2시간 30분간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받을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1736원에 불과하다. 실제 손해배상액이 입증될 경우 이에 대해 배상하도록 약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방통위가 발표한 손해배상 이용약관이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통신사만의 권리가 아닌 소비자의 권리도 충실히 담아낸 이용약관 마련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