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유예로 매물 풀렸지만 매수세 저조매물 적체 현상…호가 대비 수억원 낮은 매물도
  • ▲ 서을의 아파트 단지 전경.ⓒ뉴데일리DB
    ▲ 서을의 아파트 단지 전경.ⓒ뉴데일리DB
    연이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패닉셀링(공황매도)'이 이어지고 있다. 

    세금과 대출이자 압박으로 호가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의 매물까지 등장했지만 '빅스텝(금리 0.5% 인상)' 여파로 거래가 위축돼 매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장내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10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인상에 압박을 느끼던 다주택자들은 금리까지 잇따라 오르자 주택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고점을 찍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자 '지금 팔지 않으면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우려 탓에 패닉셀링 수준의 매도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빅스텝의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진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어 주택 거래가 뚝 끊겼고 매물은 계속 쌓여갔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243건으로, 중과유예 시행일인 5월 10일(5만6568건)보다 11.8% 증가했다. 

    반면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결과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7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00건)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거래가 되지 않자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등에선 직전 거래가보다 수 억원 낮은 가격의 매물도 등장했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 전용 157.36㎡는 지난달 9일 55억원(5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지난 5월 현대아파트 5차에서 거래된 같은 면적의 최고가인 58억원(4층)보다 3억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또 같은 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1㎡는 지난 5월 33억7000만원(31층)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가인 37억원(39층)보다 3억3000만원 낮다.

    시장에선 이같은 다주택자들의 매도 행렬과 거래절벽, 매물 적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이 이미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선뜻 매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 등 어려운 시장 대내외적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접어들어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파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진 집주인들이 적잖다"며 "다만 한 달 전부터 매수 문의는 뚝 끊겨 거래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거래관망 속 저조한 주택 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