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취재수첩]월세대란…현금지원은 미봉책, 핵심은 공급

'전세의 월세화' 가속…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껑충'세액공제·월세지원 한계…강력한 공급 시그널 줘야

입력 2022-07-20 12:10 | 수정 2022-07-20 12:10
우리 고유의 주거형태인 전세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세 소멸론'에 힘이 실린다.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임대차법 시행후 전세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졌고 여기에 세금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지난 5월 기준 총 40만4036건의 전월세 거래가 전국에서 이뤄졌는데 이중 59.5%(24만321건)가 월세였다. 월세비율은 지난 4월 50.4%로 전세를 처음 역전했는데 불과 한달 사이 10%p 가까이 더 올랐다.

보증금 '먹튀(먹고 튀기)', 무차별 갭투자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세이지만 그동안 자본이 부족한 서민층에게는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전세대출 이자만 지불하면 2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적잖은 보증금을 저장 형식으로 보관해뒀다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 주거비 부담도 덜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자본이 부족한 청년층,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의 주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세는 전세와 달리 추후 돌려받을 목돈이 없고 매달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 이상의 방세를 고정적으로 납부해야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이 훨씬 크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도 비싸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의 평균 월세는 0.90%가 올라 작년 같은기간(1.03%)에 이어 상승률이 역대 2번째로 높았다. 서울의 경우 올 1월 기준 평균 월세는 125만원에 달한다. 한달에 월급 25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소득의 절반이 월세로 빠져나간다.  

월세 비중이 늘어나면 서민층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발표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3월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은 18.4다. 중간소득 가구(3분위)가 중간가격 주택(3분위)을 구입하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도 18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월급의 절반을 꼬박꼬박 저축을 해도 3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월세에 교통비, 식비 등 생활비까지 제외하면 월급의 절반은 커녕 여윳돈 자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즉 과거처럼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목돈을 만들고 집을 사던 시대는 사실상 끝난 셈이다. 

물론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종 월세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발표한 '6·21 대책'은 월세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최고 12%에서 최고 15%까지 올리고 월세보증금 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연 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무주택 청년에게는 월세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주택 청년 월세 지원'은 올해부터 3년간 청년 1인 가구에 최대 12개월간 2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1인당 총 24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본인의 연소득이 1400만원이하이면서 부모와 따로 거주하고 부모의 소득평가액이 기준 중위소득 100%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이런 월세 지원 정책들은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뿐 장기적으로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 형성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월세살이를 연장할 뿐이다.

더욱이 무분별한 지원은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의 월세 지원으로 수요가 많아지면 집주인들이 그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서울형 주택바우처 운영실태와 개선방안'에서 "이론적으로 주거비 보조는 임대료를 상승시킨다"며 "주거비 보조가 늘어나자 임대인이 임대료를 상승시켜 정책의 효과성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본격화된 전세의 월세화를 막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해답은 공급이다. 

정부는 월세난민으로 전락한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재도약의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브랜드 아파트 수준의 고품질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의 '거품'을 빼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 공급사업을 신속히 구체화해 무주택 실소유자에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타이밍 싸움이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전세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무주택자들을 위해 정부가 '공급 보따리'를 풀어야 할 시점이다.
박정환 기자 pjh85@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