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창 개발사업 10년만에 본궤도…토지정화 작업 中서부이촌동 등 매수문의 늘어…관 주도 개발 기대감↑“집값에 선반영, 파급력 미미할 것” 부정론도 적잖아
  • ▲ 용산 정비창 부지 전경.ⓒ박정환 기자
    ▲ 용산 정비창 부지 전경.ⓒ박정환 기자
    현재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시장을 꼽으라면 단연 '용산'이다. 

    여의도 2배 규모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개발이 10년만에 다시 본궤도에 올랐고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인 한남2구역이 시공사선정 작업에 돌입하는 등 개발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중심’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췄다.  

    벌써부터 용산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 부촌지도가 바뀐다', '서울 부동산 대장주는 강남이 아닌 용산' 등의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직접 찾은 용산정비창 부지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무색하게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지만 현재로서는 휑한 공터에 수풀과 나무만 무성했다. 주변 고층빌딩들과 호화로운 서울드래곤시티호텔, 용산역 건물과 대비돼 이질감이 더욱 컸다. 

    현장은 포크레인 몇 대가 지반의 흙을 퍼내는 중이었고 이따금씩 대형 덤프트럭이 드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이날 만난 공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코레일 주도 아래 부지내에 오염된 흙을 제거하는 토지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비창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현장주변으로 임장을 오거나 개발현황 등을 물어보는 이들이 하루에 두세 명 씩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용산 정비창 공사현장.ⓒ박정환 기자
    ▲ 용산 정비창 공사현장.ⓒ박정환 기자
    용산정비창 부지는 약 51만㎡ 규모로 여의도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이른다.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동북아 최대 비즈니스허브'로 조성하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PFV)'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결국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백지화됐다. 

    2013년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뒤 부지는 10년째 방치되다가 이번 개발계획 발표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국제업무지구 사업의 무산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정비창 인근 주민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서부 이촌동(이촌2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살던 지역이 포함돼 기대감이 매우 컸었는데, 시공사 선정에 서울시의 계획 수립까지 마쳐놓고 갑자기 사업이 엎어져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번 정비창 개발도 청사진만 제시됐을 뿐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서부 이촌동은 용산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핵심 입지인 데다 한강변 조망도 가능해 사업성이 높지만 동부 이촌동이나 용산의 다른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현실화돼 서부 이촌동의 가치가 재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의 경우 이전과 달리 공공이 주도하는 만큼 사업 추진이 보다 빠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비창 개발사업은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 사업시행자를 맡아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구축을 마친 뒤 민간에 부지를 분양하는 단계적·순차적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민간PFV(프로젝트금융회사) 주도 통개발 방식으로 추진되다 무산된 것에 착안해 관 주도 개발로 방향을 튼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백지화된 데에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지만 당시 민간PFV를 구성했던 30개 출자사 간 주도권 다툼과 갈등도 사업 동력을 상실시킨 원인"이라며 "이번 사업은 공공이 사업의 시작을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 공동사업 시행자로 나서는 방식은 금융위기 등 외부 리스크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민간주도 방식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다만 공공의 역할이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만 한정됐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정비창 인근 서부 이촌동 주택가 전경.ⓒ박정환 기자
    ▲ 정비창 인근 서부 이촌동 주택가 전경.ⓒ박정환 기자
    정비창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사업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매수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초대형 개발호재의 영향으로 용산구 내 이촌동, 원효로동, 효창동, 청파동, 용문동, 후암동 등의 집값이 일제히 뛰어 서울의 새 대장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비창 인근 원효로1동의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라 최근 몇 달간 거래가 뚝 끊겼는데 정비창 계획 발표 이후 투자 목적의 매수 문의전화가 하루에 3~4통 이상 걸려오고 있다"며 "시중 가격보다 호가가 1억 이상 오른 급매물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내외적 요인으로 개발사업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제업무지구 사업 이전부터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주변 집값에 선반영된 상태라 여기서 집값이 더 크게 뛰지는 않을 것"이라며 "'빅스텝(금리 한번에 0.5%p 인상)' 등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경기침체, 사업 진행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