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증시 부진 여파 상반기 영업이익·순이익 반토막 금리 급등 따른 대규모 채권평가 손실…거래대금 감소 겹악재하반기 운용 환경 개선 관측…“작년과 같은 호재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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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국내 증권사들이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운용 손실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긴축 가속화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은 특히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부동산금융 등 기업금융(IB) 수익 비중이 큰 소수의 증권사들은 대체로 실적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금리 민감도가 다소 낮아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 증권사들의 운용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지수 반등과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인한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10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신한·하나·메리츠·키움·대신)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2조686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4조6656억원)보다 42.4% 줄었다.

    증시 침체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반토막 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6059억원, 당기순이익 4606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29.0%, 순이익은 29.5% 감소했지만, 증권업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양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별도 기준 운용손익(1100억원)이 선방했고, 투자목적자산 등에서 발생한 실질 분배금 및 배당 수익(756억원)도 실적 선방에 기여했다.

    지난해 증권업계 선두 실적을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채권 운용 부진 여파로 실적이 급락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4188억원, 순이익은 348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0.2%, 40.5%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채권평가손실만 1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운용을 포함한 운용손익은 전 분기 대비 약 2300억원 감소했으며, 계절적 요인으로 배당금·분배금 수익도 600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증권 증자를 위해 발행한 달러채권 환 평가손실 355억원이 인식됐으며, 계열사 시딩 관련 평가손실이 약 350억원 반영됐다. 

    올해 2분기에는 적자를 낸 증권사들도 등장했다. DB금융투자(-43억원), 유안타증권(-78억원), 한화투자증권(-93억원) 등은 올해 2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리스크 관리를 통해 채권운용 손익을 방어하고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실적 성장을 거둔 증권사들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메리츠증권은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9.7%, 9.8% 증가한 4408억원, 57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다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9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또한 특유의 관리 경영 기조를 통해 2분기 업계 유일 플러스(+) 실적을 기록,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3분기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흐름이 일부 개선되고 거래대금도 회복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비록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면서도 “지난 몇 년간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오면서 그만큼 이익의 안정성이 과거(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았던 천수답 시기)에 비해 높아진 만큼 우려보다 견조한 실적 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증시는 지난 7월부터 지수 반등과 시장 금리 하락으로 분위기가 일부 반전됐다”며 “상반기 주가 및 실적 급락을 경험한 만큼 3분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실적이 작년만큼 좋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비중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증권업을 둘러싼 환경은 나아졌지만, 이익의 드라마틱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2분기 어닝쇼크와 함께 실적은 저점을 지났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