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H·신한·하나證 당기순익 급감…전년比 반토막지주 내 순익 기여도 6~10% 감소…1년 만에 실적 타격IB 부문 선방 눈길…하반기도 IB·PF 강화 전망
  •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상반기 지주사 순이익 기여도가 전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약세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어진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금융(IB)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며 수익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유의미한 실적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 4곳인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금융투자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각 증권사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지주 내 순이익 기여도 또한 반토막이 났다.

    순이익 기여도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작년 상반기 NH농협그룹의 순이익 중 41%가량을 책임지며 그룹 이익 체력을 유지하는 데 효자 노릇을 한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익 기여도는 16.4%로 전년 대비 무려 24.8%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채권운용 손실이 NH투자증권의 발목을 잡았다. 2분기 운용 및 관련 이자수지는 전 분기 대비 19.2% 감소한 65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로커리지 수익은 993억원으로 11.1% 줄었다. 

    다만 IB 부문이 채권 운용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회사의 IB 관련 수익은 전 분기 대비 26.9% 증가한 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공개(IPO)와 채권 인수 감익에도 불구하고 인수금융과 유상증자, 금융자문 부문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난 결과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채권 운용 손실로 인해 트레이딩과 상품손익은 추정치를 크게 밑돌았다”면서도 “IB와 기타 수수료수익 호조, 해외 자회사 영업 확대에 따른 이자손익 증가, 환차익 증가 등이 이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KB증권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KB증권의 올 상반기 순익 기여도는 6.6%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 하락, 4개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리딩 금융’ 타이틀을 지켰던 KB금융지주가 2분기에도 전년 대비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셈이다. KB금융이 리딩 금융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KB증권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 또한 주식시장 침체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820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51.4% 급감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채권운용 손실 규모가 커졌고 주식거래대금 감소로 수탁수수료도 줄어든 영향이다.

    하나증권은 4곳 증권사 중 2분기 순이익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으로 기록됐다. 회사의 2분기 순이익은 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9% 급감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139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6% 감소했다.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상반기 15.7%에서 올 상반기 8.1%로 7.6%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의 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부진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하나증권의 비경상적 대규모 비용 반영으로 하나금융지주 전체 그룹 이익 또한 기존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증권사 지분 투자 관련 선도거래 손실이 약 600억원 발생했다”라며 “IPO 종목 평가손실도 약 600억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4% 감소한 189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4곳 중 가장 적은 낙폭이지만,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상반기 13.2%에서 올해 7.0%로 전년 대비 6.2%포인트 줄었다. IB 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주식시장 불황에 따라 증권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수탁수수료가 줄고, 금리 상승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하반기 IB, PF 등을 강화해 부진한 실적을 타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예고, 경기 침체 우려 확대로 증시 업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PF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원자재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해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통상 PF 수익은 몇 개 분기에 걸쳐 인식돼 당장 수익성 저하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증권사의 실적 악화의 원인이 채권평가 손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라며 “경기 침체까지 현실화한다면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산과 PF 채무보증, 대출 자산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