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얇고-길고-넓게… 전기차 배터리 시대 맞아 승승장구 세계에서 가장 얇은 전지박 양산 성공… 머리카락 굵기 1/30 수준2025년까지 동박 생산량 총 25만t 규모로 확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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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공장 전경.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2020년 SKC가 동박사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한 5, 6공장이다.ⓒSKC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동박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습니다."지난 11일 SK넥실리스 정읍공장에서 만난 SK넥실리스 이재홍 대표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인 4㎛(머리카락의 1/30 수준)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인 30km 길이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이러한 급성장 배경에는 모회사 SKC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앞서 SKC는 재작년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 KCFT를 인수해 그 해 SK넥실리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읍공장에 5, 6공장을 세워 생산능력을 3.4만t에서 5.2만t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5t에 달하는 동박롤을 운반하는 자동크레인과 무인운반차, 분석실까지 샘플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로봇 등을 도입해 공정을 혁신했다.현재 유럽, 북미 등까지 생산 범위를 넓히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준비 중이며, 기존 생산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 ▲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SKC
이날 방문한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에는 수십 대의 커다란 제박기가 구리용해액 속 구리를 전기 분해해 얇은 구리막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곳의 제박기는 기존보다 더 큰 드럼과 더 높은 전류를 사용해 생산성이 높다. 이들 제박기는 3박 4일 동안 최대 77km의 길이의 동박을 1.4미터 폭으로 만들어낸다. 완성 동박롤은 6t에 달한다.6t짜리 동박롤은 자동으로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자동화 덕택에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과 바닥의 무인운반차가 정확하게 움직여 6t짜리 동박롤을 옮긴다.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로봇이 샘플을 분석실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최첨단 시설에서 탄생한 동박은 전 세계의 이차전지 제조 고객사에 공급돼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의 핵심소재로 쓰인다.이안나 SK넥실리스 중앙연구소장은 기자에게 "동박은 드럼의 속도와 전류의 세기에 따라 두께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이어 "드럼을 천천히 돌리면서 전류를 높이면 동박은 두꺼워지고, 드럼을 빨리 돌리면서 전류를 약하게 하면 얇아진다"며 "얇으면 얇을수록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SKC는 해외 공장 증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 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현재 북미 투자 후보지역으로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 중이며, 4분기 안에 결정된다. 북미 지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지이자 소비 시장이지만 이차전지용 동박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이에 SKC는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글로벌 동박 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라인 구축도 추진한다.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C는 한국을 전략, R&D, 인력 양성 및 고부가 제품생산 거점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우위 기반의 아시아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또 폴란드와 북미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밀착 대응하는 전초기지로 삼는다.이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핵심 거점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생산능력(연산 25만t 이상)을 갖출 계획이다.SKC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현재 가지고 있는 시장 리더십과 기술 우위를 압도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울러 SKC는 이차전지용 차세대 음극재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기술기업 넥세온에 투자하며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지역을 검토 중이다.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와 배터리 충전속도 성능을 개선하는 소재다. SK넥실리스의 고강도, 고연신 동박 기술을 더해 차별화한 음극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이차전지 소재와 함께 미래 3대 성장 축으로 삼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SKC는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반도체 글라스기판 투자를 결정, 올해 4분기 착공이 목표다.SKC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글라스 기판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성능은 높일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고객사 인증을 이미 확보했고, 글로벌 탑티어 반도체 장비 업체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친환경 소재 사업은 국내 및 글로벌 파트너링 방식으로 추진한다. SKC는 지난해 친환경 생분해 소재인 고강도 PBAT 사업을 LX인터내셔널과 추진하기로 했고, 천연 원료인 석회석을 고강도 PBAT에 섞은 새로운 신소재 생분해 라이멕스를 일본 유니콘 기업 티비엠(TBM) 사와 개발했다.석회석과 고강도 PBAT 소재를 섞은 생분해 라이멕스는 플라스틱과 유사한 물성을 가지고 있으나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친환경제품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생분해 소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글로벌 ESG 소재 솔루션 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재편했다. 올해 6월 SKC는 모태 사업이었던 필름사업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SKC는 이번 매각 대금과 지난해 KDB산업은행과 금융협력 협약에서 확보한 5조원 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고, 글로벌 M&A도 적극 검토한다.SKC 관계자는 "지금 SKC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동박 등 이차전지 소재를 필두로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정체성을 혁신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파격적인 도약을 이끌어내 풍성한 결실을 맺는 SKC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