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만명, 1년이상 공공임대 입주 대기빈집, 역대 최다…5년이상 공가도 343가구'주거면적 협소-비선호 입지'…입지-품질 재검토필요
  • ▲ LH가 지난해 공급한 공공전세 주택 '서울강서 마곡 노블리안'. ⓒ한국토지주택공사
    ▲ LH가 지난해 공급한 공공전세 주택 '서울강서 마곡 노블리안'. ⓒ한국토지주택공사
    금리 급등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하고 월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무주택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에서 공공임대주택 예비 입주자로 선정되고도 입주하지 못한 대기자가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최대 13년 이상을 대기한 당첨자도 있다. 반대로 비어있는 임대주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임대주택 수요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임대주택 입주 대기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전국 임대주택 대기자 수는 모두 7만7928명이다. 전국 임대주택 유형별 대기자 수는 △국민임대 4만3384명 △영구임대 2만6466명 △행복주택 807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입주를 기다린 장기 대기자 수는 ▲영구임대 2만1418명 ▲국민임대 1만3399명 ▲행복주택 2903명으로, 총 3만77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의 대기자 수가 3만330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6360명), 광주(4435명), 대구(4308명) 순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기자들이 실제 입주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최장 10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어 수요 맞춤형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기준 최근 1년간 전국 공공임대주택 평균 대기기간은 △국민임대 7.3개월 △영구임대 6.3개월 △행복주택 3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계약한 예비자 중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최장 대기기간을 보면 10년 가까이 입주를 기다린 사례도 있었다.

    영구임대 주택의 경우 인천에서 입주까지 159.4개월, 광주에서는 118.3개월을 대기한 예비 입주자가 있었다. 각각 13년 3개월, 9년 9개월에 달하는 기간이다.

    국민임대와 행복주택 최장 대기기간은 모두 경기 지역에서 나왔다. 경기 지역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기까지 걸린 최장기간은 124.5개월(10.4년)이었고, 행복주택은 62개월(5.2년)이 소요됐다.

    이처럼 대기자 수와 기간이 적체되는 까닭 중 하나는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이 지연돼 공급되지 못하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이 7만호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미착공 물량 현황' 자료를 보면 8월 말 기준으로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에 이르지 못한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은 7만1392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 승인 후 3년 경과 미착공 물량은 2만4509호, 토지매입 후 3년 경과 미착공 물량도 1만7061호에 달한다.

    ▲최저소득 계층 대상 '영구임대주택'은 6162호 ▲저소득층 대상 '국민임대주택'은 2만202호 ▲대학생·사회 초년생·신혼부부 등 젊은 층 대상 '행복주택'은 3만8706호 ▲여러 사회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공공임대주택'은 4718호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1604호 등이 미착공 물량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선 공사 과정 중 지연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변수까지 고려해 일정을 발표했어야 했다"며 "공공임대주택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무주택자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자 수와 기간이 적체되는 것과는 반대로 전국에 6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이 3만2000가구로 역대 최다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혁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매입임대주택 공가(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 현황 자료를 보면 상반기 기준으로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건설임대) 92만618가구 중 공가는 3만2038가구(3.5%)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공가 호수와 공실률은 ▲2018년 9412가구(1.2%) ▲2019년 1만3250가구(1.6%) ▲2020년 2만224가구(2.3%) ▲2021년 2만8324가구(3.1%)에 이어 올해는 3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주택유형별로는 국민임대 1만3286가구, 영구임대 8450가구, 행복주택 8388가구 등으로 나타났으며 공가율이 가장 높은 주택 유형은 행복주택으로 9.1%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8119가구로 가장 많았고, 충남과 충북이 각각 3420가구, 3167가구로 뒤를 이었다. 충남과 충북은 공실률도 각각 7.9%, 6.9%로 평균 수치를 크게 웃돌았다.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은 서울과 인천도 419가구, 1281가구가 6개월 이상 빈집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를 합친 수도권 공가 호수는 9892가구로 1만가구에 육박하는 셈이다.

    공가 기간별로 보면 6~12개월 동안 비어있는 주택이 1만4234가구, 1~2년간 비어있는 주택도 1만2895가구에 달했다. 심지어 5년 이상 비어있는 주택도 343가구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황을 볼 때 정부가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기에만 몰두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좁은 면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미임대 기간이 긴 임대주택 단지를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이 작은 호수에서 장기 미임대율이 높았다. 특히 행복주택은 대부분 16~36㎡의 소형 평수 위주로 공급돼 미임대율이 높았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입지에 지어져 장기 공실인 주택도 적지 않다. 충북 청주효성2차(국민임대)는 117가구 중 44가구(37.6%)가 2년 이상 공실 상태이며 충남 대전산야(영구임대)도 624가구 중 109가구(17.5%)가 2년 넘게 공실로 방치된 상태다. 경남 김해율하2 LH3단지(행복주택)의 경우 213가구가 무더기로 장기 공실 상태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남양주 별내A1-2(행복주택)는 104가구가 2년 넘게 공실이며 남양주 장현5 2블록(행복주택)의 경우에도 41가구가 2년 이상 빈집 상태다. 이를 포함해 10가구 이상이 2년 넘게 빈집인 단지가 전국에 11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 노후화와 민간주택보다 떨어지는 품질, 이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자체에 대한 기피 현상도 장기 미임대 주택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기간 빈집으로 남아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와 관리비, 투자 손실 등은 모두 공공기관인 LH가 떠안아야 한다. LH 재정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임대주택 유형별로 수요가 높은 지역과 단지별 대기 현황을 제대로 분석한 뒤 대기자명부 통합 등을 통해 대기기간 및 대기자 수 감축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임대주택 유형별로 장기 공실이 발생한 사유를 면밀하게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산층도 만족할 정도로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 의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며 "서민의 주거안정 확보와 공공임대주택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대기자명부 통합 등 공공임대주택의 대기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지선정, 품질관리, 입주자 관리에서 좀 더 면밀하고 철저하게 검토해 장기간 빈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