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전환價 산정시 '주변 시세' 반영높아진 시세에 전국 곳곳 갈등 잇달아건설사 "감평기관, 지자체 선정…폭리 억울"
  • ▲ 2019년 6월 당시 수원 광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이 단지는 2023년 분양전환 예정이다. ⓒ연합뉴스
    ▲ 2019년 6월 당시 수원 광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이 단지는 2023년 분양전환 예정이다. ⓒ연합뉴스
    최근 판교, 제주 등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곳곳에서 분양가 산정과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판교에서는 A아파트 임차인들이 임대사업자를 고소하는가 하면, 제주에서는 임차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감정평가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임대사업자들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분양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옛 임대주택법)상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임대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사업자가 공공택지에 건설하는 임대주택으로, 크게 5년과 10년 두 가지로 나뉜다.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에 전세 또는 월세로 거주할 수 있어 '서민 주거사다리'로 평가된다.

    공통으로 임차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후 우선 분양전환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 임대의무 거주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관계 법령인 임대주택법 규정에 따라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들의 협의하에 조기 분양전환도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임대사업자와 임차인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가격이 최초 분양가보다 2~3배 이상 오르자 감정평가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입주시 작성한 계약서와 정부 정책은 '분양 시점 시세'가 명기됐지만, 입주민들은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지나친 폭리"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임대주택법 제10항 및 시행령 제13조 5항과 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감정평가 이하 금액으로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사업자가 장기간 임대를 해야 하므로 사업 독려 차원에서 건설원가를 빼고 감정평가 이하로만 분양가격을 정하는 방식을 택해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으로 공급된다. 감정평가법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정하게 돼 있으며 주택 시세 및 아파트 가치를 평가한 후 적정 가격을 산출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있으면 분양전환 분양가가 낮아지고, 상승세에서는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임대사업자가 수익을 내고, 하락기에는 임대사업자의 손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임대사업자는 감정평가 완료 후 분양에 동의하는 임차인의 동의서를 포함해 지자체에 분양전환 신고서를 제출하게 되고 지자체 승인을 받아 분양전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분양전환을 원치 않는 임차인들은 분양받지 않아도 무관하며 임대의무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향후 임대 기간 만료 시점에 분양을 받거나, 임대계약 연장 혹은 해지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분양가에 불만인 임차인들이 분양가격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감정평가 금액은 잘못된 것이고, 임대사업자가 분양전환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나쁜 임대사업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판교 A아파트에서는 임차인들이 시공사 대표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건설사 측은 7억원대 분양전환 가격을 제시했지만, 입주민들은 2억원대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 B단지 2000여가구와 분양전환 예정인 경기 하남시, 충남 아산시, 충북 청주시 등지에서는 지역 정치인들이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관련 쟁점을 이슈화하는 중이다.

    여기에 관계 법령상 공공임대주택의 분양가격을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서 임의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임차인들의 민원에 못 이겨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우회적인 방법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양전환 이슈에 대해 기업의 정당한 영위 활동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분양전환을 진행했음에도 임차인들의 억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분양전환이 부당하다는 임차인들의 일방적 주장과 임대사업자를 비난하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공공임대아파트가 대거 몰려있는 성남 판교 일대에서는 임차인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10년 공공임대주택 우선 분양전환과 관련해 감정평가방법, 임대사업자 관리 소홀 등의 이유를 근거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갈등은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LH 역시 임차인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LH도 이 문제에 대해 민간 임대사업자와 입장을 동일시하고 있다. 변창흠 전 LH 사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시 기존 계약대로 시세 감정평가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최초 계약을 맺을 때 이미 임차인과 임대사업자간 합의된 부분인 만큼 이를 번복하는 것은 법리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에서 분양가 산정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토부는 '변경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국토부와 LH는 최근 분양대금 분할납부 금액을 확대하고 저금리 은행 대출을 주선하는 방식의 추가 지원책을 제시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사업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정한 감정평가법인에서 책정하는 것인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데도 분양가격이 비싸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업자를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간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하면서 투입된 부대비용이나 가격 하락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등을 다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같은 임차인들의 강압적인 주장을 다 받아주면 누가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감정평가법인이라는 3자의 판단에도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의 이해가 크게 상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도 취지에 맞게 서민들을 우대하는 것은 맞지만 임차인들의 요구가 지나친 측면도 있고 이들에게 너무 많은 이권을 준다면 오히려 더 큰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