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 쿠팡 물류센터에 '자동화'로 도전장벨트 시스템 기존의 물류창고보다 18배 빨라쿠팡 장악한 배송망에 얼마나 침투할지가 관건
  • ▲ 오카도 혁신적인 자동화 물류센터(CFC)의 모습.ⓒ오카도
    ▲ 오카도 혁신적인 자동화 물류센터(CFC)의 모습.ⓒ오카도
    롯데쇼핑이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국내 글로서리 서비스를 위해 손을 잡으면서 향후 온라인 신선식품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쿠팡을 필두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새벽배송에 롯데쇼핑이 ‘자동화 물류’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는 물류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동화 물류’를 통해 기존 판세를 뒤집겠다는 포부다.

    2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일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6개의 혁신적인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오픈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CFC는 쉽게 말해 자동화 물류센터다. 기존 유통업계가 보유한 물류센터와 다른 점은 완전 자동화를 고려해 설계됐다는 점이다. OSP 통신 시스템을 통해 봇들은 CFC의 바둑판 모양 격자형 레일 위를 5mm이격거리에서 최대 4m/s 속도로 이동한다. 해당 봇들은 5분 동안 평균 50개의 물품을 집품하는데, 이는 장거리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운영했던 기존의 물류창고보다 18배 빠르다. 

    이는 신선식품 배송시장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장기간의 최소화다. 기존 물류센터의 경우 제품을 하차하는 입하, 상품을 저장하는 입고,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이동시키는 피킹과 포장 과장인 패킹, 배송의 과정을 거치는데 쿠팡, 컬리를 비롯한 유통업계는 이 과정을 대부분 사람 손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고 배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 폐기율의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반면 오카도는 무엇보다 입하부터 패킹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신선도 관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 특히 OSP는 데이터 및 AI에 기반한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를 통해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3%) 및 슈퍼(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적시 배송율도 98%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첫 해 완전자동화를 통한 신선식품 유통에 새 화두를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롯데쇼핑 및 롯데 유통군(HQ) 대표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롯데쇼핑 내 변화를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쿠팡 등의 유통업계 물류센터에서는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전략을 취해왔다”며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지만 빠른 시간에 물류센터를 늘릴 수 있었던 반면 사람 손을 통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이커머스 업계에서 자동화 물류에 대한 화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물류센터 ‘네오(NE.O)’를 통해 자동화 물류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다만 제품의 규격화의 한계로 인해 상품 가짓수(SKU)는 약 2000여개에 그치고 있어 판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OSP의 도입 효과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30여개 도시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보유 중인 쿠팡과의 경쟁은 관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확보한 전국 배송망을 롯데쇼핑의 자동화 물류시스템으로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